45억원 상당의 희귀 춘란을 훔친 전(前) 육군 장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육군 대위 출신 황모(46)씨는 병적일 정도로 난(蘭)에 집착했던 애호가였다. 가지고 싶던 난을 훔친 게 들통 나 군복을 벗었을 정도였다.
제대 후에도 또다시 난을 훔쳤다가 3년간 철창 신세까지 진 그의 도벽과 빗나간 난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청주의 한 난 농장에 희귀 춘란이 많다는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된 황씨는 물욕을 억누리지 못하고 곧바로 범행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6일 오전 1시 30분께 황씨는 미리 준비한 대포차를 타고 이 농장에 몰래 침입, 41억8천만원 상당의 한국 춘란 622분을 훔쳤다.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갖춘 터라 농장에서 보관 중이던 5천여분의 난 중에서 값비싼 난만 골라내는 건 그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황씨는 지난해 12월 23일 대전의 한 난 농장에서도 3억8천만원 상당의 춘란 300여분을 훔쳐 달아났다.
이렇게 훔친 난은 미리 구해 둔 서울의 원룸에 숨겼다. 그러나 그의 절도 행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폐쇄회로(CC) TV를 분석, 추적에 나선 경찰의 탐문 수사 끝에 꼬리가 밟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남해광 부장판사는 1일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황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남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고도 누범 기간에 재범한 점, 범행 수법, 죄질이 불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훔친 난이 상당 부분 회수된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법정에서 병적 성향의 도벽 증상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하지만 남 부장판사는 "병적 도벽 상태에서 의사 결정 능력이 다소 저하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심신미약 상태까지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다"며 황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