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문준용 특혜채용 증거조작 사건' 진상조사단장인 김관영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국회 당대표실에서 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국민의당이 3일 이른바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자체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구속된 이유미 씨가 혼자 치밀하게 준비한 단독 범행이라는 것이다.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나 '윗선'의 지시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즉, 제보 조작에 대한 검증 실패는 부정할 수 없는 잘못이지만, 없는 증거를 조직적으로 조작할 만큼 파렴치한 정당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 전 대표의 관여나 인지를 입증할 그 어떤 증거나 진술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는 이번 사안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당 진상조사단은 두 전직 대표의 전화 통화 내역에 대한 상세한 해명을 덧붙였다.
우선 조작된 제보 건과 관련해 해당 언론보도가 나간 시점을 전후로 이유미, 이준서 씨가 안 전 대표에게 문자 메시지 등을 전송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당 진상조사단은 밝혔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최근 1년 동안 이유미 씨가 일방적으로 보낸 두 번의 문자 메시지, 이준서 전 최고위원으로부터는 세 번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모두 답신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박지원 전 대표의 경우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제보 조작 건이 아닌 간단한 내용으로 한 차례 통화를 했었다고 공개했다.
결국 이런 사실에 비춰볼 때 두 전직 대표와 이유미, 이준서 씨의 관계는 사건을 공모할 만큼 친분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당 진상조사단은 주장했다.
국민의당 '문준용 특혜채용 증거조작 사건' 진상조사단장인 김관영 의원이 3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이유미 씨가 안철수 전 대표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그러나 이 같은 장황한 설명은 두 전직 대표를 비롯한 '윗선'을 보호하려는 꼬리 자르기 식의 '선긋기' 라는 인상이 짙다.
국민적 실망과 분노를 초래한 명백한 범죄와 관련해 당원 한사람에게만 책임을 지우려는 몰염치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강제수사권이 없는 진상조사단이 관련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한데다가 정작 구속된 이유미 씨를 상대로는 직접 조사를 하지 못했다.
과연 국민의당이 발표한 '셀프 조사' 결과를 국민들이 그대로 납득할 지는 미지수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의당이 발표한 진상조사 내용과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 결과가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국민의당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게 되고, 정말로 존폐(存廢)의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안철수 전 대표의 비공개 대면조사와 안 전 대표의 묵묵부답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다.
정치적 리더라면 잘한 일이든 잘못한 일이든 정치적·도의적 책임감으로 국민 앞에 나서서 직접 설명하는 자세가 필요한 데도 검찰 수사 상황만을 주시하면서 마냥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단지 당 진상조사단장인 김관영 의원을 통해 "대단히 엄중히 생각하며,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한 일이 발생했다. 검찰에서 철저하게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을 뿐이다.
이러는 사이 자신이 만든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날개 잃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창당 이후 최저인 5.1%를 기록하며 다섯 개 원내 정당 가운데 꼴찌로 떨어졌다.
당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오차범위 내에서 자유한국당에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제보 조작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진실과 책임'을 강조하면서 국민에 대한 속죄와 당의 재기(再起)를 언급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적으로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말할 계제가 아니다. 진실은 검찰 수사에 맡기고 철저히 고개 숙인 사죄로 반성만 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무너진 국민적 신뢰가 복원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