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불법 게임장 단속에 나섰던 경찰이 허탕을 치자 속칭 '티켓다방' 단속에 나서 성매매여성을 유인한 뒤 검거하려던 중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대법원은 경찰이 돌발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국가가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을 인정했지만, 함정수사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11월 경남의 한 모텔에서 20대 여성 A씨가 6층 건물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A씨는 모텔로 자신을 유인해 성매매 대금으로 15만원을 쥐어준 게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옷을 입을 시간을 달라"고 한 뒤 창문을 넘다 추락했다.
A씨의 아버지는 당시 경찰 단속이 '함정수사'였다며 국가를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의 책임 일부를 인정했다. "돌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피의자의 심리상태를 파악하지 않고, 우발적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단속 시 여성과 신체접촉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여성경찰관을 동행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준비 없이 다소 즉흥적으로 단속에 임했다"며 경찰의 직무집행상 과실을 인정했다.
"불법게임장 단속을 할 수 없게 되자 다소 즉흥적으로 구체적인 교육도 없이 단속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도 법원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하지만 경찰의 함정수사·단속 부분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경찰관들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은 A씨에게 범행을 부탁했을 뿐,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어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가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범행에 사용될 금전까지 제공하는 등으로 과도하게 개입하면 위법한 함정수사"로 보지만, "수사기관과 직접 관련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범행을 부탁했을 뿐, 수사기관이 계략 등을 사용하지 않으면 함정수사가 아니다"는 데 기초한 판결이었다.
결국 함정수사는 인정되지 않았고, 경찰이 돌발상황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수준의 책임만 물어 1심은 위자료 500만원 지급을 선고했다.
국가는 그러나 항소했고,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은 1심 판결을 확정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전국연대)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려준 사법부의 의지는 환영하지만, 경찰의 함정단속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는 서운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국연대는 3일 논평을 통해 "성매매문제의 핵심은 성매매여성이 아니라 거대한 산업을 이루고 있는 성 착취 구조와 시스템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알선조직과 수요자 문제"라며 "문제해결 역시 이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매매여성을 표적으로 한 경찰의 단속방식을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연대는 "성매매단속 과정에서 여성들의 인권보호를 우선하는 인권지침을 마련하고, 알선조직과 업체, 구매자를 단속해 수요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전환해 불행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