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간 이어졌던 선진국들의 초저금리와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향후 한국은행의 정책 변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총재는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본사 17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매우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 24~28일 열린 국제결제은행 중앙은행 총재회의와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 참석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금융계 및 학계 인사 등과 함께 논의한 내용을 설명한 것이다.
그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보유자산축소 예고 등을 언급하며,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유로지역의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이해 대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그는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간에 걸쳐 초저금리와 대규모 양적 완화로 이어진 선진국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선진국 통화 정책의 기조 변화가 신흥국의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논의가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선진국 통화정책의 기조 변화가 신흥국의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신흥국 외환보유액 증가 등 대외건전성 제고, 글로벌 경기회복세 등을 감안할 때 금융불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었다"고 말했다.
신흥국이 중앙은행 총재들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장에서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점진적으로 진행될 경우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견해였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다만 "그간 국제금융시장에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신흥국 입장에서 확실한 대비태세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향후 방향과 관련, "주요국의 통화정책 추이, 글로벌 자금이동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적절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이 총재는 ECB 포럼에서 논의된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투자와 생산성 제고 방안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의 투자부진이 경제적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았던데다 기업구조조정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그동안의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글로벌 금융환경이 결국은 투자 부진 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투자에 우호적인 기업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제동향간담회에는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재흥 한국고용정보원장, 최강식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수출과 투자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의 경기전망도 빠르게 개선되는 만큼 하반기에도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금년 수출입 금액이 3년만에 1조달러대를 회복하겠지만 국제유가 움직임과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신흥국 경제불안 가능성 등은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고용률은 상승 추세로 청년층과 여성층 고용이 개선되고 있지만, 주력산업의 고용창출력이 하락하고 있어 의료나 금융 등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점으로 지적됐다.
반도체나 석유화학 등 일부 주력산업의 수출경쟁력은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력 확보가 필요한 부분으로 꼽혔다.
이와함께 건설투자는 당분간 호조세를 지속하겠고, 부동산 경기가 향후 입주물량 증가에 따라 지역별 차등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