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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론 또 죽는다"…잇단 열차사고에 '작업중지'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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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론 또 죽는다"…잇단 열차사고에 '작업중지' 철퇴

    광운대역, 노량진역, 그 다음은?

    정비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서울 노량진역 선로 위에 놓인 국화꽃 두 다발(사진=철도노조 제공)

     

    선로 위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당국이 '작업중지'로 철퇴를 내리고 나섰다.

    숨진 노동자의 동료들은 이를 계기로 기존 작업관행을 당장 탈피하지 않으면 사고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광운대역 이어 노량진역 '작업중지'

    서울 노량진역에서 공사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돌아오던 정비사 김모(57) 씨가 뒤따르던 열차에 치여 숨진 건 지난달 28일 새벽.

    다음 날 고용노동부는 현장조사를 벌인 뒤 노량진역의 선로정비작업 일체를 당분간 멈추라는 '작업중지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열차 운행 중 작업이 진행되는 등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이런 사고가 재발할 위험이 높다는 게 이유였다.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밤낮 구분 없이 선로보수 작업 전체를 중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며 "전문기관과 함께 작업의 위험성을 진단하도록 '안전종합진단명령'도 함께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코레일은 노량진역을 비롯해 인천역, 성환역(경기 평택) 등 수도권 서부본부 관내 전구간의 선로보수를 잠시 중단했다. 이후 노량진역 주변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의 경우 일단 작업을 재개했으나, 일부 역에서는 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차 한 쪽에서 발판과 손잡이에 의지해 위태롭게 매달린 채 열차 분리(입환)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노동자들(사진=철도노조 제공)

     

    이보다 한 달 전인 5월 27일 서울 광운대역 물류기지에서 열차 분리작업을 위해 화물차에 매달려 근무하던 조모(52) 씨가 떨어져 숨졌을 때도 당국은 작업중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때문에 잠정 폐쇄됐던 광운대역 물류기지는 5일부터 일부 재개할 예정이다.

    두 사고의 정확한 발생경위는 철도특별사법경찰대와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각각 조사하고 있다.

    ◇ 안전대책 요구 봇물

    잇단 사망사건 이후 숨진 노동자의 동료들 사이에서는 안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이들은 당국의 조치가 외려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며 작업형태 등을 당장 고치지 않으면 희생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의 동료 선로정비사 최세영 씨는 "노량진역 말고도 위험한 곳이 많은데 노동부는 이런 식으로 사고를 덮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하도 많이 죽으니까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는 이 사람이 죽었는데 다음번에는 누가 죽을까?' 하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김 씨는 선로정비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열차 운행 중 선로정비 작업이 이뤄지는 점 △좁은 보행로 △인력감축 등을 꼽았다.

    서울 노량진역에 설치된 선로정비노동자 김모(57) 씨의 분향소(사진=철도노조 제공)

     

    숨진 조 씨의 광운대역 동료 김영림 씨는 "노동부 지적 이후 이제 열차분리 노동자들은 화물차에 매달리지 못하고 걸어 다니면서 작업하게 됐다"며 "그러나 평균 온도가 5도 이상 높은 자갈밭을 하루종일 걸어야 하는 근무 특성상 또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외려 야간 작업시에는 열차에 치일 위험까지 생겼다. 선로 사이의 넓은 보행통로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철도노조 측은 "인력부족으로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코레일은 인력을 늘릴 계획도 없고 장비를 투입해 달라는 작업자들의 지속적 요구도 외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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