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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남북대화 재개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북한



칼럼

    [논평] 남북대화 재개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북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발사 성공 관련된 특별중대보도를 한 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뉴스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북한은 4일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사흘 만에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했다.

    북한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핵무기와 함께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로케트를 보유한 핵강국으로서 미국의 핵전쟁 위협을 근원적으로 종식시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8일 강원도 원산에서 지대함 순항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 한지 약 1개월 만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6번째이다.

    지난 10년간의 보수정권과는 선을 그으며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왔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소집한 뒤 북한의 무책임한 도발에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명하면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 전까지만 해도 남북 간에는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듯 했다.

    북한이 주도하는 IFC(국제태권도연맹) 태권도시범단이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초청돼 10년만에 한국에 왔다.

    북한 태권도시범단은 국기원 등에서 4차례 시범공연을 가졌고 동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회에 참석해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북한 선수단이 응원단과 함께 참가해 남북화해의 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문대통령은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장과도 만나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고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남북간 단일팀 구성방안을 검토하기까지했다.

    북한이 자력으로 올림픽 참가가 힘들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한국이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진출권을 획득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만약 남북단일팀이 구성된다면 지난 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포르투갈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의 영광이 재현될 수 있고 남북간 화해협력 분위기도 크게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화해 분위기 확산노력과 함께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진전된 입장도 이미 천명한 상태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6.15 남북 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인 미국을 설득해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방미기간 중에는 북한에 대해서도 적대시 정책이나 군사적 공격, 정권교체나 정권붕괴, 인위적인 한반도 통일의 가속화를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도 밝혔다.

    그런데 한미정상회담 합의문의 잉크가 다 마르기도 전에 북한이 또다시 ICBM급의 강력한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북한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노동신문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친미 사대의 구태에 빠지고 대미굴종의 사슬에 얽매여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간의 긴밀한 대북 공조에 반발해 도발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도발을 강행한 점 등으로 볼 때 한국이 아닌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스포츠 교류와 관련해서도 북한은 선을 분명히 긋고 있다.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북한 태권도 시범단과 함께 한국을 찾은 장웅 북한 IOC위원은 "정치 군사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스포츠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한국 측의 기대는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고 지나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스포츠를 통한 화해협력 분위기 확산과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를 안고 남북간 화해협력 구상을 하나씩 펼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에서 간신히 미국을 설득해 남북대화 재개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북한은 오히려 밖을 향해 찬물을 세게 끼얹은 형국이다.

    현 국면에서 현실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다른 카드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응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것은 다른 길이 모두 막힌 가운데서 긴장고조와 힘의 대결이라는 외길 수순으로 몰릴 수 있고 양측 모두에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북한은 도발을 멈추고 대화에 나서려는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스포츠 등을 통한 화해협력 분위기 조성과 함께 인내를 갖고 북한에 대한 설득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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