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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베를린 선언' 준비했던 문 대통령, 北도발에 대폭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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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新베를린 선언' 준비했던 문 대통령, 北도발에 대폭 수정

    "북한 도발 상황에서 평화 이야기할 수 있나…美‧中‧日 관계도 고려해야"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신(新)베를린 선언' 수준의 연설을 준비했다가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도발의 영향을 받아 연설 내용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독일 순방 이틀째인 6일(현지시각) 베를린 쾨르더 재단의 초청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이 담긴 거시적인 대북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이런 계획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 남북 대화 복원 골자로 연설 준비했지만 北이 찬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5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베를린에서 '신 베를린 선언' 수준으로 연설문을 준비했지만 (어제 북한의 도발로) 내용이 많이 조정됐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제재·압박과 별개로 대화 기조는 유지한다는 방침에 따라 대화의 복원을 골자로 한 대북기조를 천명하려고 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런 메시지가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 태권도세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장웅 북한 IOC 위원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초 문 대통령은 남북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됐던 10여 년 전 민주정부 수준의 남북관계 개선을 골자로 연설 준비에 공을 들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국에 의해 강제로 분단됐다가 20여년 동안 대화와 교류 끝에 통일을 이룬 독일이라는 공간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축 구상을 밝힐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었다.

    앞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확보한 만큼 '베를린 선언'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전기 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청와대의 이런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북한이 미국의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ICBM 발사의 성공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물론 주변국인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열강의 동의를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우리나라와 미국‧중국‧일본과의 관계도 (연설을 준비하는데) 감안해야 한다"며 "지금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하게 압박과 제재를 하면서도 한편으로 대화의 문을 열겠다는 (대통령과 정부의) 기존 구상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힌 만큼 쾨르버 재단 연설은 대화와 제재·압박의 병행이라는 문 대통령의 기존 대북 정책을 재확인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역대 정상들, 독일서 통일 구상 밝혀…결과는 천차만별

    한편 역대 한국 정상들은 독일 순방 길에 연설을 통해 통일에 대한 구상을 밝혀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 대표적이다.

    유럽을 순방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3월 베를린자유대학에서 한 베를린 선언을 통해 남북 당국자들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냉전종식과 더불어 평화정착에 대해 협의하고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북한은 베를린 선언의 일부 표현을 두고 '허튼소리'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3개월 뒤 2009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돼 베를린 선언이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하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남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한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3대 제안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모자(母子) 패키지 사업, 복합농촌단지 조성, 역사·문화예술·스포츠 교류 활성화 등의 사업을 제시했지만 과거부터 줄곧 해오던 교류협력 사업들인데다 북한이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 시도라고 반발하며 남북교류가 더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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