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이번 주 당내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인적 쇄신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혁신위에서 다룰 핵심 내용은 지역 조직 정비와 공천 관련 기준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략공천이 용이하도록 당헌·당규가 수정될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기득권을 쥐고 있던 친박(親朴)계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홍 대표는 우선 연말까지 전국 253개 당협위원회에 대한 고강도 당무감사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당 당규를 살펴보면 책임당원의 수가 지역 유권자 수의 0.5% 미만인 경우 당원협의회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혁신위에서는 이 같은 당규를 포함해 당무감사 관련 기준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협위원장 물갈이’를 통한 친홍(親洪) 체제 구축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내 기반이 약한 홍 대표가 의원 다수의 동의가 필요한 ‘인위적 친박 청산’ 대신, 우회적 당 장악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현역 의원이 대부분 맡고 있는 당협위원장은 공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다.
이철우 최고위원도 ‘국정 파탄 관련자를 혁신위에서 가려낼 것’이라는 홍 대표의 발언과 관련, “당무감사라든지 이런 걸 통해서 제도적으로 하겠다는 뜻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당무감사 예고에 대해 “지역에 자기 사람을 심거나 본인에게 줄을 서는 사람들은 안고 가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혁신위에서 다룰 보다 민감한 문제는 공천룰이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1월 말까지는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을 마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상향식 공천 원칙이 깨지고, 대대적인 전략공천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년 1월까지 물리적으로 어떻게 공천을 마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옛날 체제로 돌아가서 중앙당이 공천권을 직접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할 때 여론조사 공천은 단 한 건도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여론조사에 기반한 상향식 공천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지난 총선 때 서울 강북 지역 새누리당 당선자 7명 가운데 6명이 전략(단수)공천자였다는 점을 들어 ‘승률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식의 논리도 등장하고 있다.
홍 대표의 말 대로 여론조사 공천이 사라지면 인지도가 높은 현역 단체장이나 광역·기초 의원 등은 ‘현역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외부인사로 채워질 혁신위가 홍 대표와 구(舊) 주류 세력 간 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 대표는 “혁신에는 반드시 구세력들의 저항이 따른다”며 “보수우파 정당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한 위급한 상황에서 일부 극소수 구박(舊朴)들이 저를 구박한다고 해서 쇄신과 혁신을 멈출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