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간신히 첫 발을 땐 추가경정예산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최장기 표류중이던 추경이 한 달만에 상임위에 상정됐지만 인사청문 정국과 맞물리면서 또 발목이 잡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의 추경 반대에도 여당은 추경 심사를 강행할 것으로 보여 여야간 강대강 대치가 예상되는 등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 6일 오후 2시 추경안 예결위에 직권상정정세균 국회의장은 6일 오후 1시 30분까지 추경 심사를 마쳐달라고 각 상임위에 통보했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예결위의 추경 심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셈이다.
정 의장은 '상임위가 심사기일 내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의장은 예산안을 예결위에 회부할 수 있다'는 국회법 84조 6항에 따라 추경안을 직권상정할 예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추경안은 일반 법안과 달라 천재지변과 국가 비상사태에서만 직권상정이 가능하도록 한 국회법 85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백재현 예결위원장이 공지했던 6,7일 전체회의 일정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 4일 청와대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명에 반발해 추경 논의 참여 거부를 선언한 뒤 보이콧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김상곤 교육부장관의 임명 강행은 청문회를 형해화 시키는 것이고, 정부가 민심에 귀를 막을 때 저항하는 것은 제1 야당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 민주당+국민의당만으로 추경 통과 가능하지만 협치는 '먹구름'일단 여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불참하더라도 국민의당과 함께 예결위 회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보수야당의 반발에도 국민의당의 동조가 있는 한 여당의 추경 통과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예결위 정원 50명 중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이 모두 27명이어서 정족수 26명을 넘긴다.
마지막 절차인 본회의에서도 120석인 민주당과 국민의당 40석을 합하면 160석으로 국회 재적인원의 과반이다.
하지만 예결위 직권상정에 본회의까지 두 야당이 불참한 상황에서 처리된다면, 협치는 물론이고 국회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질 것은 뻔하다. 예산안 처리는 국회 선진화법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여당이 쉽게 꺼내들기 힘든 카드다.
김상곤 장관 임명에 반발해 바른정당이 추경 보이콧으로 입장을 선회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만약 송영무 국방부장관-조대엽 노동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은 더욱더 강경한 '전투모드'로 돌변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는 국민의당도 추경에 계속 협조적으로 나오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 야당, 낮은 지지율에 文 정부 발목잡기도 '고민'
이에 따라 여당은 야당 대표들을 만나면서 끝가지 추경 심사 참여를 설득해야 하지만 마땅한 유인책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5일 국회정상화를 위해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를 직접 찾아 20여분간 대화를 나눴지만 빈 손으로 돌아왔다.
야당도 고민은 있다. 7월을 넘기면 사실상 추경은 물건너 간다. 보수 야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20%를 넘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지율 80%를 넘나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작품에 끝까지 딴지를 거는 데 따른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당의 새 대표가 된 홍준표 대표가 추경에 선별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부분도 변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