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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보직변경 스트레스로 숨진 병사, 보훈보상자 지정해야"

법조

    법원 "보직변경 스트레스로 숨진 병사, 보훈보상자 지정해야"

    "차라리 삽질이 낫다" "영창 감수하고 그만 두고 싶다" 토로

    (사진=자료사진)

     

    간부의 일방적 결정에 의해 보직이 PX병으로 바뀐 병사가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보훈보상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9일 병사 A씨 유가족이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결정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04년 10월 입대한 A씨는 탄약정비병으로 근무하다 사전면담 없이 중대장의 뜻에 따라 PX병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A씨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사실상 오후 10시까지 근무를 하고, 오후 10시 점호를 받은 뒤 1~2시간씩 엑셀 프로그램을 배웠다. 또 초소와 5분 대기조 근무에도 투입됐고, 검열에 앞서 재고조사 등 추가업무도 했다.

    이에 전역을 앞둔 선임에게 "남들이 놀리는 식으로 보는 것도 힘들고 원래 계산하는 것은 딱 질색이다. 컴퓨터도 전혀 다룰 줄 모른다"며 "원래 하던 일을 하고 싶다. 삽질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해당 선임의 보고절차를 통해 A씨는 중대장‧대대장과 차례로 면담을 받았으나 "열심히 해보라"는 말만 들었다.

    특히 자신의 실수로 선임이 질책을 받거나 휴가를 연기하자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다.

    A씨는 동료들에게 "나 때문에 선임이 욕을 다 먹고 있어서 너무 미안하다. 내 자신도 이해가 안가고 짜증난다"며 "빨래할 시간도 없다. 영창을 감수하면서도 그만 두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러다 선임없이 혼자 PX병으로 근무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린 A씨는 이듬해 부대 내 물품보관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재판부는 "A씨가 혼자 근무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부대 간부들로부터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견디지 못하고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감에 빠져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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