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 (사진='라디오스타' 캡처)
"각 방송사마다 톱 프로그램 하나씩 치려고" 했다는 이효리는 요즘 방송가 섭외 1순위다. 2013년 밴드 롤러코스터 출신 가수 이상순과 결혼한 후 제주도에서 살며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발생하는 '희소성'에, 수준급의 입담과 센스로 발휘되는 '예능감'이 더해진 결과였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그 모든 화려함을 거부하고 가장 소박함을 택한 인생 경로 덕일까. 4년 만에 돌아온 이효리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포장 없이 하고 있을 뿐인데도, 대중과의 공감대는 모르는 새 더 넓어져 있었다.
5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이효리, 채리나, 나르샤, 가희가 출연, '센 언니 특집'으로 꾸며졌다. 이날 이효리는 기혼자로서 부부 생활이 어떤지 이야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그럴싸한 환상을 심어주지도 불필요한 두려움을 조성하지도 않았다. 늘 그래왔듯 솔직담백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했다.
이효리는 4인조 걸그룹 핑클로 데뷔했을 때부터 높은 인기를 누렸고 개인 활동을 하면서 예능인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2003년 첫 솔로 앨범을 통해 '10분' 안에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에 있었던 그가, 다소 수더분해 보이는 이상순과의 열애와 결혼을 발표했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 이유였다.
이효리는 제주도 집에서 결혼을 하면서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된 '스몰웨딩'(소수의 지인만 초대하는 소규모 결혼식)을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몰웨딩에 대한 지나친 '추종'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초대 손님을 맞을 수 있을 만큼 넓은 마당에서, 비행기편과 숙박을 마련하고, 유명 셰프의 맞춤 요리를 제공하고, 축가와 웨딩드레스 모두 국내 최고에게 맡긴 자신의 웨딩은 알고 보니 '초호화 웨딩'이었다는 자성이었다. 일반적인 예식장에서 평범한 결혼을 하는 게 진짜 '스몰웨딩'이라는 것.
남편 자랑도 과하지 않게, 이효리답게 했다. '효리네 민박'에서 "오빠하고 얘기하는 게 제일 재밌"다고 할 정도로 팔불출스러운 모습을 드러낸 이효리는 이상순이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이기에 잘 맞춰 살 수 있다고 밝혔다.
'셀프디스'조차 배우자를 칭찬하기 위한 요소로 썼다. 이효리는 자신이 연예계에서 인기 있을 수 있었던 비결인 '유행을 잘 타고 촉이 빠른 성향과 감정의 예민함'을, 감정 기복이 거의 없는 이상순과 대비시켰다. "제가 (기분이) 올라갔다 내려오면 (늘 같은 자리에 있던 이상순과) 만나고 내려갔다 올라가도 만나고 계속 만나는 거다. 아, 이 사람은 항상 여기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다."
5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 (사진='라디오스타' 캡처)
또한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 앞에서 혹시나 한 사람을 향한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약속을 저버리게 될까봐 고민했던 순간들도 가감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이효리는 "저는 늘 그게 걱정이었다. 남편이 바람 필까봐가 아니라 제가… 저만 그런 건가? 항상 2년 주기로 남친이 바뀌었는데 앞으로 남은 생이 60년 남았다 치면 (한 사람과 사는 게) 가능할까 너무 무서운 거다. 바람 피워서 온 국민에게 질타를 받으면 어떡하지?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효리네 민박' 등 방송 프로그램으로 비치는 '걱정 없이 행복한' 삶 역시, 치열한 지난날을 겪은 후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안정된 토대가 마련되고 나서야 가능했다는 점을 짚었다.
이효리는 "남편은 자기가 쓸 만큼만 돈을 벌고 크게 욕심이 없다"며 "많은 분들이 자상한 이상순을 보고 너무 부럽다고 하더라. 여러분의 남편들도 돈을 안 벌고 이상순 같이 편하게 살면 그렇게 잘할 수 있다. 하루종일 밖에서 시달리고 온 맞벌이 부부가 어찌 서로에게 말이 예쁘게 나오겠느냐. 그러니 '효리네 민박'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낀다거나 남편을 책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했다.
동경의 대상 '슈퍼스타' 이효리는 예쁘게 '포장된 모습'에만 집중하는 태도를 경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법, 너무 애쓰지 않고 살아가는 법,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는 법 등 자신의 마인드를 자연스럽게 전파한다.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전하며 대중과의 정서적 접점을 확대해가는, 여전한 '워너비' 이효리의 모습이 반갑고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