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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2박 3일?…해법 못찾는 예비군 훈련 차별

사회 일반

    8시간? 2박 3일?…해법 못찾는 예비군 훈련 차별

    • 2017-07-07 11:27
    예비군 (사진=자료사진)

     

    8시간 훈련받는 '학생 예비군' vs 2박 3일 훈련받는 '일반 예비군'.

    학생 예비군과 일반 예비군간 훈련 차등 논란이 다시 부각되면서 일부 시민단체와 일반 예비군 대상자는 학력 차별이라며, 꾸준히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대안 없이 시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는 관계 기관의 애매모호한 태도 때문에 예비군 훈련 차별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이는 실정이다.

    ◇ "상당한 차별" vs "학습권 보장" 팽팽한 의견 대립

    현행 예비군 체계에선 1~4년차 일반 예비군들은 동원 지정자일 경우 연 2박 3일, 미지정자 일 경우 연 36시간의 출퇴근 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 예비군'은 1년에 8시간만 훈련을 이수하면 그 해 훈련이 끝난다.

    일각에선 이는 대학에 재학중이지 않은 '고졸 예비군'을 포함한 일반 예비군들에 비해 상당한 특혜라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 생업을 병행하며 훈련을 받아야 하는 예비군들과 대학에 재학중이지 않은 예비군들은 '형평성이 어긋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반예비군 대상자인 김선웅(가명) 씨는 신촌에서 어머니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현재 어머니는 주방, 홀 서빙은 내가 담당하며 식당을 운영하는 데, 2박 3일 동안 동원 훈련을 갈 경우 3일 동안 단기 근무자를 써야 한다"며 "우리 같은 영세 사업자의 경우 일 매출 몇만 원에도 손해가 극심한데, 단기 근무자를 쓸 경우 하루에 9만 원씩 지급하며 장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실질적으로 동원훈련이 이를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이런 상황임에도 학생들만 차별적으로 훈련시간을 단축해주는 건 생업보다는 학업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경호(가명) 씨 또한 현행 예비군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보탰다. 서울역 인근의 선술집에서 근무하는 그는 "사실 내가 아르바이트 개념이기 때문에 내가 근무한 일 수 만큼의 월급을 받는다 그런데 동원훈련을 가게 되면 3일 치 임금은 날아간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 예비군처럼 8시간을 받아도 8시간 치 시급이 날아가는 데 2박 3일을 받으라는 건 우리 같은 계약직들은 다 죽으란 소리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표현했다.

    그러나 학생 예비군들은 '학습권 보장' 등을 이유로 현행 예비군 제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우주 씨는 현재 해외 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해외 취업의 경우 공인영어성적 등 필요한 요건이 많고 까다로워 이 때문에 요즘 정신이 없을 정도다"라며 “요즘 같이 청년실업이 문제인 시기에는 더더욱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문대에서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한 이윤상(가명) 씨는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 공공기관의 경우 4년제 대학생들을 선호하지 않았나"라며"그래서 힘들게 전문대에서 4년제로 편입했는데, 사회가 그렇게 고학벌을 요구하면서 이제 와서 예비군훈련을 일반인과 똑같이 받으라는 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현행 예비군 체계에 대해서는 학생 예비군과 일반 예비군 들의 입장 차는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 시민단체 "예비군 차별 없애주세요" 문제 제기 했지만…

    이러한 예비군 훈련 차별 논란 속 한 시민단체와 일반 예비군은 헌법재판소와 인권위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시정을 요청했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하 학벌없는사회)은 일반 예비군과 대학생 예비군의 훈련시간 차별을 근거로 지난 5월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학벌없는사회' 측은 "고등학교 졸업자에 해당되는 취업준비생이나 불안정 노동자, 자영업자가 동원훈련에 참여할 경우 취업준비 소홀 및 경제적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음에도, 단순히 이들의 동원훈련 참여를 의무화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행위이자, 강요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한 일반 예비군은 예비군 훈련시간 차등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헌재 측은 *자기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했다.

    (*자기 관련성: 문제된 공권력의 행사(법령 포함)가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청구인의 불리한 지위가 소멸되거나, 유리한 지위가 더욱 유리한 지위로 상승되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자신은 예비군 훈련에 포함시키고, 학생은 예비군 훈련에서 제외한 법률이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주장'이므로 설령 그 법률이 위헌결정을 받더라도 자신이 예비군 훈련에 편성된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자기관련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결정)

    이에 앞서 2008년에는 국가 인권위가 학력에 따른 훈련시간 차등적용은 평등권에 어긋난다며, 국방부에 차별 해소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국방부는 아직까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학벌없는사회 관계자는 "국방부는 학력에 따른 예비군 훈련차등이 개선할 여지가 충분히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국가 인권위 결과가 난 뒤에도 변화가 없을 시 다시 한번 헌법소원을 계획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방부 예비전력과 관계자는 "최근, 대학생예비군의 학습권 보장과 일반예비군의 생업권 보장간의 형평성 문제를 언론과 국회 등에서 지속제기하고 있으나, 대학생과 교육부에서는 학습권 보장차원에서 방침보류 제도를 계속 유지하길 희망하고 있다"면서도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충분한 의견수렴, 교육부 등과 관련부처의 협업을 통해 적절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정확한 시기를 판단하기는 제한된다"라며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지만, 세부 방안은 '글쎄'?

    예비군 훈련 차별에 대한 시정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합당한 해결 방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쟁점은 일반 예비군과 학생 예비군을 어떤 식으로 형평에 맞게 조정할 지 개선을 하느냐의 문제인데 막연히 시정해달라는 요구만 할 뿐 국가인권위, 학벌없는사회, 국방부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벌없는사회측은 "대승적 차원에서 일반 예비군과 학생 예비군 모두를 시간을 줄이면서 형평에 맞게 유지해야 하는 건 맞지만 예비전력 운용문제 등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에 세부적 운용방향은 이해당사자와 국방부가 결정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국방부 측 또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숙의중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개선을 해야할 지 답을 드리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2008년 국방부에 권고를 한 인권위 또한 답변이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권위의 결정문에 명시된 주문사항은 "피진정인에게 재학생과 비학생간의 예비군 훈련시간을 형평에 맞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추상적으로 명시할 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와관련 인권위 관계자는 "일반 예비군과 학생 예비군의 훈련을 평등하게 조정하라는 취지이긴 하나, 구체적으로 따져야할 사안이 많기 때문에 결정문이 그렇게 나갈 수 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국가인권위의 권고수용여부를 기관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한 조국 민정수석이 당시 인권위 결정문 작성에 참여한 인권위원인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현행 '학생 예비군' 제도는 지난 1971년 대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이란 명목으로 시행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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