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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대한민국 '인간 무제한 요금제' 참상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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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알, 대한민국 '인간 무제한 요금제' 참상 고발

    (사진=SBS 제공)

     

    8일(토) 밤 11시 5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끊이지 않는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집중 조명된다.

    지난달 17일 새벽, 경남 거제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참혹한 모습의 시신이 발견됐다. 남자의 신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그가 입고 있던 작업복. 확인 결과, 투신한 남성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과장 이창헌 씨였다.

    "신혼이고 자기가 책임져야 될 딸이 태어난 지 두 달 밖에 안 됐는데 목숨을 끊어야 될 정도의 이유가 뭐가 있었겠어요?" - 고 이창헌 씨 친구

    그 누구보다 성실한 아들이었으며, 두 달 전 어여쁜 딸을 얻은 이창헌 씨. 지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카이스트(KAIST)를 거쳐 일본 동경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대기업에 입사해 장래가 촉망되었던 과장은 왜 죽음을 택했나.

    지난해 2월, 베트남의 한 건물에서 한국 청년이 투신 자살했다. 중소기업에 입사한 지 1년 반 만에 베트남 지사에서 근무를 하던 신입사원인 스물일곱 살 신성민 씨였다.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생활을 했던 자랑스러운 아들은 고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아프지 말라"는 한마디만 남긴 채 세상을 등졌다.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고 무기로 죽여야 죽이는 겁니까?" - 고 신성민 씨 아버지

    업무스트레스와 함께 그가 죽음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살인적인 노동시간'이었다. 시간이 없어 시리얼 한 그릇으로 하루를 버티고, 친구들과의 SNS에는 '머지않아 귀국을 하든지 귀천을 하든지 둘 중 하나는 해야겠다'고 말하던 성민 씨였다. 그는 결국 베트남 지사에 발령 받은 지 약 반 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인간 무제한 요금제'라고 하죠…많이 쓰는 사람이 이득이에요"

    (사진=SBS 제공)

     

    지난해에만 게임 개발업체에서 불과 4개월 사이에 4명의 직원이 사망했다. 젊은 개발자들의 사망 이유는 돌연사 또는 자살이었다. 돌연사로 알려진 2명의 경우 과로가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2명은 그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한 동료의 증언에 의하면 자살을 택한 한 여성은 투신을 하기 바로 전까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인간 무제한 요금제'라고 하죠. 그럼 많이 쓰는 사람이 이득이에요. 어차피 월급 똑같이 주는데…." - 판교 IT업계 직원

    게임 출시를 앞두고 진행되는 강도 높은 노동, 한 두 달씩 계속되는 이른바 '크런치 모드'의 반복과 '인간 무제한 요금제'에 비유되는 장시간 근로환경, 경영진의 그릇된 의식과 이윤추구 극대화가 만들어낸 IT업계의 은어인 '판교의 등대' '구로의 등대'라는 말은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2017년 대한민국의 노동현장을 오롯이 보여준다.

    집배원 조만식 씨는 어느 날 아침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조만식 씨뿐만 아니라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사망한 집배원은 모두 70명에 달한다. 그 중 조만식 씨와 같은 돌연사는 15명, 자살한 사람도 15명에 이른다. 도대체 행복을 배달하는 집배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도 없이 근무한다는 규정은 어마어마한 적폐 규정인 거죠." - 정병욱 변호사

    지난 1961년에 생긴 근로시간 특례제도는 업종 26개에 허용된 것으로, 사업자가 노동자와 합의만 되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초과근무를 시킬 수 있는 제도다. 통신·의료·광고·운수업 등 26개 업종 안에는 집배원도 해당된다. 헌법이 정한 행복추구권이 지켜지기는커녕, 노동자들은 장시간 근로로 인한 과로사와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자살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것이 과연 개인의 문제일까.

    한국과 함께 세계에서 장시간 노동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일본. 지난 2015년 '덴츠'라는 대형 광고회사에서 스물네 살 신입사원 다카하시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의 한 달간 총 노동시간은 298시간에 달했으며, 그 중 초과근무는 130시간이었다.

    "하루 20시간이나 회사에 있다 보니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 - 고 다카하시 마츠리 SNS

    사망 당시 그녀의 SNS 메시지에는 그녀가 어떤 심정으로 일해 왔는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일본의 과중 노동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2014년 '과로사 방지법'이 제정된 일본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서의 과로사와 과로자살.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과중업무와 구조조정 등에 관한 스트레스로 벌어지는 과로자살의 개념을 정리하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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