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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늪'에 빠진 농축산물…토종, '설 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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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 '늪'에 빠진 농축산물…토종, '설 땅이 없다'

    자급률 계속 하락세…한우고기 40%, 고추 50%, 돼지고기 60%대

    국내 농축산물 공급시장에서 수입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소고기는 이미 수입산이 절반을 넘어 선 지 오래됐고, 돼지고기도 수입산 비중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마늘과 고추 등 기본 양념류 채소는 수입산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국내산 신토불이 농축산물이 설 땅을 잃고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배경은 국내산 농축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원인도 있지만, 정부의 농축산물 수급조절 정책이 지나치게 수입에 의존하면서 국내 시장의 방어력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수입산이 점령한 축산물 시장…민간업자 "가격 떨어져도 수입"

    우리나라 소고기 시장은 미국과 호주 등 수입산 소고기가 절대 우위를 차지한 지 오래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에 공급된 소고기는 모두 23만1722톤으로 이 가운데 수입산 소고기가 전체의 58%인 13만4162톤을 차지했다.

    한미 FTA가 발효되고 이듬해인 지난 2013년에 수입산 소고기 비중이 50%였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사이에 8%p나 높아진 것이다.

    특히, 지난해 9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소고기 수요가 위축되면서 지난달 한우고기 1등급 도매가격이 1kg당 1만670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3.7%나 폭락했지만, 외국산 소고기의 수입물량은 오히려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입 소고기가 국내 시장에서 한우고기의 수급과 가격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확실하게 정착했다는 얘기다.

    돼지고기는 올해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대체효과로 소비가 늘어나면서 공급량이 수입산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공급된 돼지고기는 모두 65만14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만100톤에 비해 8.5%나 늘어났다.

    특히, 국내산 공급물량은 44만8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3만2900톤 보다 1.8%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수입물량은 20만600톤으로 지난해 16만7200톤에 비해 무려 25.9%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수입산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7.9%에서 올해는 32.3%로 늘어났다.

    이는 돼지고기 소비가 늘어나면 곧바로 수입 증가로 이어진다는 방증으로 국내 돼지고기 시장 역시 수입산이 수급조절 기능을 하고 있다고 봐야하는 대목이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전에는 국내산 공급물량이 부족해 소비자가격이 오를 경우 정부가 긴급물량을 수입했는데 지금은 공급물량이 남아돌아 가격이 떨어져도 민간업자들이 계속해서 축산물을 수입하기 때문에 국내 축산농민들만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결국은 미국이나 호주 등 축산 강국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가 앞으로 새로운 축산물 수급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 고추, 마늘은 저가의 중국산 소비증가…고추농사 포기 속출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에 수입된 건고추는 모두 5만3637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만3485톤 보다 소폭 늘어났다.

    특히, 이 가운데 수입산 냉동고추를 건고추로 환산한 물량은 2만29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8989톤에 비해 무려 6.9%나 급증했다.

    이는 중국산 냉동고추 수입가격이 600g 한 근에 700원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 건조시킨 뒤 판매할 때는 4700원으로 무려 7배 가까이 늘어나, 수입업자 입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입고추가 늘어나면서 국내산 고추는 찬밥신세로 밀려나 가격 폭락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산 건고추 도매가격은 600g 한 근에 573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100원 보다는 19%, 평년 7787원에 비해선 26%나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농민들은 아예 고추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올해 국내 고추 재배면적은 2만8543ha로 지난해 3만2179ha 보다 11% 감소했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고추 자급률이 50%까지 떨어졌다"며 "일반 가정에서는 국내산을 사용하지만, 식품가공공장이나 음식점 등에서 가격이 싼 수입산을 쓰기 때문에 이를 막을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마늘도 중국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마늘은 고추와 달리 재배면적이 2만4864ha로 지난해 보다 19.8% 증가하면서 국내 마늘 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제주와 전남 등 남부지방에서 생산되는 난지형 마늘의 입고가격은 1kg에 33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00원 보다 3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처럼 국내산 마늘의 공급물량이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중국산 마늘 수입량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까지 신선마늘로 환산한 수입물량은 모두 3651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 증가했다.

    최근 중국 현지에서 신선마늘의 산지가격이 톤당 1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나 폭락하면서, 국내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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