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북핵·미사일 카드로 다자 외교무대에 첫 데뷔전을 치렀다.
G20 정상회의는 국제 경제협력을 위한 최상위 협의체(Premier Forum)로서 세계 금융, 통화 등 거시경제 정책 공조, 기후변화와 무역, 반부패 등 글로벌 경제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지만, 최근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ICBM)급 발사로 각국 정상의 관심은 자연스레 한반도 위기로 쏠렸다.
문 대통령은 독일 순방 내내 각국 정상들과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필요성과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북핵 돌파구의 '입구'를 찾았다.
◇ 한·미·일 첫 공동성명 도출…北에 '강한 채찍' '더 큰 당근'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개막 이틀 전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시작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잇달아 만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찬을 함께 하며 한반도 정세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당초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만찬 시간 대부분은 북핵·미사일 현안에 할애됐다. 3국 정상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우려를 표하고 함께 대응하자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처음으로 채택했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ICBM급 도발과 관련해 "북한이 태도를 바꿔 도발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로 복귀하도록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데 3국 정상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추가 제재를 결의하고 이를 조속히 채택하기로 촉구하면서도, 모든 문제 해결은 '평화적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과 개인들에 대한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는 물론 중국의 대북 지원 축소까지 포함하는 경제적 압박 카드도 거론됐다.
북한의 핵무장을 결코 용납하지 않고 핵을 포기하도록 강한 압박을 하면서도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인다면 합당한 보상을 할 수 있다는 유화책도 동시에 내놨다.
'보다 강한 채찍'과 '더 큰 당근'을 함께 제시한 셈이다.
◇ 세계 각국 정상들 모인 '리트리트' 세션에서 북핵 강조
문 대통령의 북핵·미사일 해결 의지는 G20 정상회담 개막과 동시에 시작된 비공개 리트리트(Retreat) 세션에서도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7일 배석자 없이 G20 정상들만 참석하는 비공개 세션에 첫 연설자로 나서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은 세계 평화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글로벌 차원의 위협이 돼버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는 새로운 유엔 안보리 결의를 포함해 더욱 강화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변 4강뿐 아니라 G20 정상들에게도 정상회의 시작과 함께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며 공동 대응을 촉구한 셈이다.
특히 리트리트 세션이 국제 테러리즘을 주제로 한 자리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북핵 문제 해결 의지 천명은 북핵과 미사일이 글로벌 테러리즘 만큼 급박하고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전세계 국가 정상들에게 설파한 효과를 봤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며 강한 압박과 제재 뒤에는 결국 대화의 테이블이 있다는 기본 원칙도 재확인했다.
또 "북핵 문제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감안할 때 한자리에 모인 G20 정상들이 이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G20 차원의 공동 입장 표명 필요성도 역설했다.
◇ 메르켈, G20 경제포럼에서 '북핵' 외교 사안 '이례적' 언급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리트리트 비공개 세션에 참석해 북핵·미사일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주요 정상들도 이를 논의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G20 의장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7일 오후 함부르크 메세 컨벤션홀에서 이례적으로 리트리트 참가 정상들의 북핵 관심을 공개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메르켈 총리와의 양자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히고 국제 사회와의 대북 공조를 강조한 만큼, 메르켈 총리도 경제포럼이라는 G20에서 극히 드물게 외교 사안인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사를 환기시킨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늘 우리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 G20은 외교정책을 논하기보다는 경제와 금융시장 관련 주제에 더 집중하는 회의체임에도 오늘 오전 비공개 리트리트 세션에서 각국 정상들 사이에 북한 문제가 자연스럽게 논의됐다"고 공개했다.
또 "(북한 문제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한국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언급했지만, 같은 지역의 다른 국가 정상들도 그랬다"며 "저는 이 문제를 논의한 모든 정상들이 이러한 상황 전개에 대해 매우 위협적이라고 큰 우려를 표명했음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우리는 모두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새로운 위반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이번 사안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하기를 희망한다. 이에 대해서는 폭넓은 합의가 있었다"고도 했다.
지난 6일 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북핵 해결과 남북관계 복원 등에 대한 '베를린 구상'을 밝힌 뒤에도, 강한 대북 압박을 통한 대화테이블 복귀라는 원칙을 거듭 확인하면서 국제사회가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청와대는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