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은 외교정책을 논하기 보다는 경제·금융·시장에 대해 집중하는 회의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열리는 메세홀에 도착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지난 7~8일(이하 독일 현지시간) 독일 함부크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 의장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8일 정상회의장인 메쎄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한 가지 더 언급할 사항이 있다"고 입을 떼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우리(G20정상들)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안보리 제재 위반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길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리트리트(Retreat·비공개 자유발언) 세션에서 북한 문제가 자연스럽게 논의됐다"며 "이 문제를 논의한 모든 정상들이 이러한 전개(북한의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급 도발)가 매우 위협적이라고 큰 우려를 표명했음을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의 이런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요청과 정부의 정상외교를 통한 여론전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G20 정상회의는 '경제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다자회의제로 그 주제 역시 '안보문제'와는 거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G20 개최국 의장이 별도의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안보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외교가를 중심으로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메르켈 총리와 만찬을 겸한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전 세계의 평화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고 위협"이라고 언급하며 "G20에서도 여러 정상들과 그 방안을 논의하고 싶고, 그 과정에서 메르켈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 외에도 G20 정상회의장을 누비며 13개국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들과 회동을 통해 활발한 외교전을 펼쳤다.
메르켈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런 문 대통령의 직접 요청과 문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에서 외교전이 효과를 거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사실상 '의장 구두성명'에 준하는 결과로, 이 자체도 이례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상회의 공동성명 문안은 작업에만 수개월이 걸려 회의 종료를 앞두고 새로운 주제가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공동성명 대신 개최국 의장이 이를 언급하는 방식이 최선이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