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외교 데뷔전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새벽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국내 업무에 복귀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외교 성적표'는 나쁘지 않지만 문 대통령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책상 위에는 송영무(국방부)‧조대엽(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과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등 숙제가 쌓여있다.
임박한 숙제는 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다.
문 대통령은 출국 직전인 지난 4일에 오는 10일까지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부적격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이 파행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연이어 국민의당에 연이어 직격탄을 날린 뒤 국민의당마저 협치 파기를 선언하면서 야권 연대의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목소리에도 한층 힘이 실렸다.
이에 문 대통령이 야당을 청와대로 초청해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이들에 대한 임명 등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7일 당청정은 만찬 간담회를 갖고 대통령 귀국 후 G20에 대해 야당과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야당이 문 대통령의 초청 자체에 불응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방미(訪美).방독(訪獨) 성과를 설명하며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과 추경안.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요청할 수 있지만 정국경색 상황에서 야당이 대통령의 제안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큰 것 아니냐"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는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 등을 통해 정국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야당에서는 조 후보자와 송 후보자 두 사람 모두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미사일 고도화 등 급박한 안보상황 등을 감안하면 국방부 장관은 임명은 더는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대엽 후보자의 임명에 대해 야당과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조 후보자를 정국 타개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여권의 기류를 내비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9일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두 후보자 모두 장관 업무를 하는데 하자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여론 등 추이를 보며 대통령 귀국 후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두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인사청문회에서 말끔하게 해소가 됐고, 야당이 그동안 장관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던 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두 후보자가 장관 업무를 하는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장관 후보자 임명과 추경 처리를 연관시키는 야당의 행태에 동의할 수 없지만 정국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대통령 귀국 후 최종 임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귀국 직후 정국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례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은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송부 기한 다음날인 11일에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야당의 반발이 워낙 커 여론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당장 임명을 강행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이들의 임명은 추경안 처리 등과 연관돼 있는 만큼 이날이 정국 정상화와 파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