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10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가 홍준표 대표의 측근인 김대식 교수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을 놓고 한바탕 갈등을 빚었다. 홍 대표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인 점도 도마에 올랐다.
친박계 당직자들은 이날 홍 대표가 연이어 측근 인사를 당직에 기용한 데 반발했다. 오전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 회의에선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홍 대표가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뒤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벌써부터 고질적인 계파 갈등 기류가 생겨나는 모습이다.
비공개에 앞선 공개회의 석상에선 친박 성향의 이재만 최고위원이 홍 대표의 인사 방침을 면전에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인사를 자기 식구 '꽂아 넣기' 식으로 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친문(親文) 코드 인사와 무엇이 다르냐"며 "(이런 식으로 하면) 국회에서 부적격자로 판명된 사람을 (장관에) 임명하는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비판하느냐"고 홍 대표를 다그쳤다.
홍 대표가 손사레를 치며 "비공개로 얘기하자"고 무마하려 했지만, 이 최고위원은 말을 듣지 않았다. 앞서 홍 대표는 측근 이종혁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한 데 이어, 지난 대선 당시 참모였던 김 교수를 여연원장에 임명했다.
이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나고도 분이 삭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가) 인선과 관련해서 전혀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이 문제를 확실하게 하겠다고 의견을 밝혔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 사이 최고위원 5명과 통화를 했고, 제 의견에 최고위원들이 다 동의해 뜻을 같이 했다. 그래서 제가 대표로 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박계인 홍문표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한 것도 논란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홍 대표는 '임명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은 "이미 임명이 됐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하더라"며 홍 대표의 비공개 발언을 전했다.
이날 회의에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홍 대표의 태도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홍 대표가 문 대통령의 장남 준용씨 사건에 대해 '불문(不問)'에 붙이려 했으나,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특검을 실시하자"며 맞섰다.
홍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을 마치고 오늘 왔죠? 밖에 나가서 국익을 위해서 외교 활동을 하시는데, 대통령께서 참 수고를 많이 하셨다"며 문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강효상 대변인은 지난 8~9일 이틀에 걸쳐 G20 성과를 지지한다는 공개 논평을 내보내기도 했다.
여권과의 원내 협상 책임자인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 같은 지도부의 태도에 반감을 드러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G20에서 하신 것에 대해서 높이 평가한다, 그건 좋은데 대변인 논평에 '박수를 보낸다'는 건 아닌 것 같다. 표현을 좀 고쳐야 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외국에서 외교적 노력을 한 만큼 국내에서도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든지 균형감각을 가지고 써줬으면 좋겠다"며 논평의 부당함을 재차 지적했다. 장관 인선과 추경 등의 문제로 대여(對與) 협상이 꼬여있는 상황에서 홍 대표가 홀로 정부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자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