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10일 낮 11시 45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 및 방문진 이사진 거취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수정 기자)
임원을 제외한 MBC 전 직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김장겸 현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응답이 95.4%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는 10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장겸 사장, 고영주 이사장 등 방문진 이사들 거취'와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다.
김 사장의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총 응답자 2093명 중 95.4%(1996명)가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사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4.6%(97명)였다.
김 사장 사퇴 이유를 묻는 질문(2개까지 복수응답)에는 뉴스·시사 등 방송의 독립과 공정성 훼손이 87.0%(1737명)로 가장 높았다. 부당전보·부당징계 등 노동법 위반(34.5%, 689명), 프로그램 경쟁력과 스테이션 이미지 하락(32.7%, 652명), 극도로 편향된 이념을 가진 인사이기 때문(19.2%, 383명), 채용과 인사 실패 (8.6%, 172명), 무능력한 경영과 전략 부재 (8.0%, 160명)가 그 뒤를 이었다.
김 사장 사퇴에 반대하는 이유(2개까지 복수응답)를 묻자 정권의 방송장악에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이 34.0%(33명)로 가장 높았다. 이밖에 공영방송의 사장으로서 잘하고 있다(30.9%, 30명), 잘못이 있으나 임기는 보장되어야 한다(25.8%, 25명), 잘못이 있으나 사퇴할 만큼 중대한 과실이 없다(9.3%, 9명) 순으로 응답률이 높게 나왔다.
김 사장 퇴진 이후 가장 시급한 MBC 개혁 과제(2개까지 복수응답)로는 뉴스·시사 등 방송의 독립과 공정성 강화로 신뢰 회복이 85.9%(1714명)로 가장 많이 꼽혔고, 제작자율성 및 창의성 보장으로 프로그램 경쟁력 회복과 방송장악 진상규명과 인적 청산이 각각 45.2%(902명), 42.5%(849명)를 기록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신입사원 공개 채용 재개와 채용 절차 투명성 강화는 13.8%(275명),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 혁신은 6.6%(132명)를 기록했다.
고 이사장 등 현 방문진 이사진(9명)이 퇴진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퇴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95.9%(2007명), 퇴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4.1%(86명)였다.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이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방문진 이사진이 퇴진해야 하는 이유(2개까지 복수응답)로는 방송 독립과 공정성 훼손의 공범 (87.7%, 1760명)와 MBC 경영진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 방기(53.4%, 1071명)가 각각 1, 2위로 꼽혔다. 그밖에 극도로 편향된 이념을 가진 인사들이기 때문(33.3%, 669명), 고영주 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의 비리와 위법행위(8.8%, 176명),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실상 임명한 인사들이기 때문(8.5%, 171명)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고 이사장 및 방문진 이사들의 사퇴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정권의 방송장악에 불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이 37.2%(32명)로 가장 높았다. 공영방송의 대주주로서 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이 30.2%(26명), 잘못이 있으나 임기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24.4%(21명), 잘못이 있으나 퇴진할 만큼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응답이 8.1%(7명)를 기록했다.
MBC본부뿐 아니라 사내 43개 직능단체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는 임원을 제외한 보직 국장·부장과 일반직·업무직·연봉직·계약직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설문 대상자 3092명 중 총 응답자 수가 2093명으로 응답률은 67.7%였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5일 간 휴대전화 기반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MBC기자협회 왕종명 협회장은 "김장겸 사장의 사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압도적으로 뉴스와 시사 등 방송 독립과 공정성 훼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MBC가 현재 각 부문별로 망가져 있는 게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출발점이 보도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고, 그게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으로 표현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가장 아픈 부분은 시청률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저희 뉴스를 믿지 않는다는 것,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MBC 정상화의 길에 더욱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조합에 속해 있지 않은 직원들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은 아마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며 "보직자들, 2년 미만의 단기계약직까지 망라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조만간 이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노조와 직능단체가 함께하는 한시적인 기구를 구성하고 발족할 예정"이라며 "저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서 이 체제(김장겸-고영주)를 끝낼 싸움을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