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은 10일 뉴라이트 계열 학자인 류석춘 연세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홍준표 식(式) 개혁의 첫 단추가 끼워진 셈인데, 당직 인선을 놓고선 당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우(右)편향'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인물들을 혁신위원회 등 당직의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외연 확장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직‧인물‧정책 등을 쇄신하겠다는 혁신위의 활동 내용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 류석춘 누구?…반(反)탄핵 '의병' 지칭했던 극우 인사홍 대표는 지난 7·3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당 개혁과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당 대표 취임 연설에서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혁신이 되도록 하겠다"며 혁신위 구성을 약속했다.
류 교수의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지난 9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모두가 혁신의 대상"이라며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새로 임명된 류 교수를 포함, 당 지도부의 면면을 보면 변화의 조짐이 잘 읽히지 않는다. 한국당이 그간 보수-우파의 주장을 대변해왔다는 점에서 젊은 층·중도 쪽으로 이념 지형을 넓힐 것이란 예고도 있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일단 홍 대표가 자신 있게 혁신위원장으로 결정한 류 교수는 뉴라이트 전국 연합 공동 대표와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장,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를 역임한 인사다. 대표적인 보수 우파 이론가다.
또 류 교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교수들의 모임인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일원으로도 활동했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선 한 칼럼을 통해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의병 활동"이라고 지칭해 논란을 빚었다.
결국 '탄핵 반대'와 같은 그간 한국당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주제들로부터 한 걸음도 멀어지지 않은 인사인 셈이다. 당 대변인에 새로 임명된 전희경 의원도 지난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에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논리를 제공했던 인사다.
홍 대표가 혁신위를 비롯해 당직 인선에 있어 기존 지지층의 결집을 외연확장에 비해 우선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洪의 혁신 구상…'빅 픽처(big picture)'는 결국 공천권?홍 대표가 강조한 혁신위의 활동 내용도 지난 정부 실정에 대한 반성보다 '공천 물갈이'와 같은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망이 당내에서 제기된다. 실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한나라당의 과거 혁신위 사례를 보면 공천을 염두에 둔 경우가 많았다.
홍 대표 자신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2005년 한나라당 혁신위의 경우 2007년 이명박, 박근혜 대선 후보의 경선 룰을 만들었다. 2014년 출범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보수혁신위도 목적은 비슷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의 상향식 공천(오픈프라이머리) 원칙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만들었다.
홍 대표가 류 교수를 내세워 실현하려는 혁신의 실제 내용도 결국 공천과 관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임명된 동서대 김대식 교수에 대한 친박 의원들의 반발도 이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공천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여의도연구원을 홍 대표가 틀어쥐고 있을 경우 낮은 지지도를 당협 책임자 교체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류 교수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철학없는 국회의원' 토론회에서 지적한 새누리당의 문제 의원에는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을 포함, 정우택 원내대표 등이 있어 홍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물갈이' 대상이 누군지 엿보이는 부분이다.
홍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직후 전국 253개 지역구 당협에 대한 고강도 당무 감사를 예고한 바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염두에 두고, 광역 의회‧기초 단체장 후보자 공천의 배경인 각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홍 대표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자기 사람 심기' 식의 인사를 한다면 누구도 따르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