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11일 오전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의 수장을 맡은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11일 취임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혁신 방안은 내놓지 않은 채 이른바 '태극기', 탄핵 불복 집단을 옹호하는 데만 주력했다.
그는 "태극기 집회가 내 정체성"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억울하다"는 식의 발언들을 이어갔다.
류 혁신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유한국당의 구체적인 혁신 방안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 없이 "일로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한국당의 인적·조직적·정책적 혁신을 담당하게 될 혁신위원장 자리인 만큼 혁신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이미 구체적이지 않느냐. 앞으로 보여드리겠다"고만 했다.
대신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도중 "태극기 집회에 매주 토요일마다 참여했다"며 탄핵 불복 집단의 논리를 그대로 펼쳤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너무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치적으로 굉장히 억울한 경우"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또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조치에 대해서는 "감옥에 있는 사람을 출당시킨다는 것은 시체에 칼질하는 행위"라며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많은 분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억울해 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국정 농단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류 위원장은 "자꾸 국정농단이라고 하는데, (국정농단이 아니라) 국정 실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자유한국당은 왜 혁신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잇따랐지만, 류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이 자기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혁신을 해야 하는지 깨달아야 한다"며 혁신의 필요성이 아닌 언론을 탓하고 나섰다.
그는 "언론이 틀렸던 적이 역사적으로 너무 많다. 이승만 정읍 발언부터 시작해 광우병 파동 때 다 거짓말이었다"며 "당시 집권 여당, 청와대 책임자들, 언론사들 다 문제니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의 언론 태도도 논란이 됐다. 그는 이날 공동기자회견을 앞두고 전날 특정 매체와만 인터뷰를 했는데, "어떤 매체와 인터뷰를 하든 그건 내 선택"이라며 "앞으로 다른 매체들도 잘 하시면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그의 입맛에 맞는 언론하고만 소통하겠다는 뜻으로, 향후 한국당 혁신 과정에 대해서도 불통을 예고한 셈이다.
또 탄핵 정국 당시 진행된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12월 중순부더 태극기 집회가 촛불집회를 압도했는데 언론이 사실 보도를 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가진 100석 이상의 진지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적 쇄신에 대해서는 "가치가 아닌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파가 궤멸했다"며 "지금이라도 우파 가치를 체화시키고 권력을 왜 차지하는지 목표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과거에 한 칼럼에서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 대표 인사들에 대해서는 "칼럼에 실명으로 지적한 사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분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미 제가 갖고 있는 소신이기 때문에 더이상 구체적으로 언급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바른정당과의 보수 본진 경쟁에 대해서는 "바른정당은 그동안 발언들을 보면, 좌클릭하는 경향이 있다"며 "구체적으로는 경제민주화가 있는데, 이것이 우파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보지 않는다. 복지는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해야 하고, 복지의 수혜를 모든 사람이 다 받는 건 우파 정당이 추구할 가치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