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송영무 국방부·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미뤄달라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의 요청을 전격 수용하면서 국회 정상화에 협조하는 듯한 모양새를 갖췄다.
당초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독일로 출국하기 전 송영무·조대엽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10일까지 채택해달라고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했고 이날 임명을 강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국회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하자,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임명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야당 설득에 청와대도 동참한다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게 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해서는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이 지나자마자 임명장을 수여한 바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훌쩍 넘어섰지만 정부 구성 자체가 늦어지고, 특히 국방장관의 경우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대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외교부 장관과 손을 맞춰야 한다는 측면에서 두 장관 후보자 임명 연기는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이번 주 내에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두 후보자 중 한 명에 대해 지명을 철회하거나 혹은 자진사퇴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두 후보자 모두 후보직 낙마에 해당할 정도의 흠결이 있는 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대신 두 후보자 모두를 임명한다 하더라도 청와대가 야당과 충분히 대화했다는 명분은 쌓을 수 있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여당이 야당과 할 일이 훨씬 더 많겠지만 청와대도 전방위적으로 정무적인 노력을 함께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주 내에 야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미국·독일 순방 성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야당 지도부를 만나기 전 두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청와대의 부담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임명 연기를 단행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 공회전 중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과 정부조직법 통과를 인사 문제와 연계하면 안된다고 언급하면서 야당의 주장에 대한 명분쌓기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외교무대에서 워낙 많은 일이 있어서 많은 시간이 흘러간 그런 느낌인데, 막상 귀국해 보니까 국회 상황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특히 "이번 G20회의에서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한결 같이 세계경기가 회복세에 있다고 진단했고, 국제 정치적으로는 보호무역 주의를 비롯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각국이 이 경기 상승세를 살려 나가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들을 모든 국제기구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추경은 그 방향에 정확하게 부합하고 정부조직개편도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살려나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야당이 다른 것은 몰라도 추경과 정부조직개편을 인사 문제나 또는 다른 정치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국제사회가 글로벌 경제회복 기류에 맞춰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데 우리만 국내 정치문제, 특히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추경 등에 연계하는 것은 지나친 발목 잡기용 정쟁인 만큼 야권에 비난의 화살이 쏠릴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두 장관 후보자 임명을 미룬 문 대통령은 조만간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순방 성과 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런 논리로 야당의 발목잡기를 지적하고 또 추경과 정부조직개편안 통과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정면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자처해 "어떤 이유에서든지 정쟁이 앞서 나가고 민생이 뒷전에 밀려선 안된다"며 "그것은 국회나 행정부나 청와대나 똑같은 입장이고 그것이 정치란 본질의 부합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야당을 우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