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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고속도로 버스운행 규정 위반이 발생할 경우 위반 사업자는 물론 위반 운전자까지 처벌을 받는다. 이 때문에 사업자의 강요에 의해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운전자는 처벌이 두려워 당국에 신고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등 떠 밀려 운행한 운전자도 처벌…과태료에 면허 취소까지
국토교통부는 올해 2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공포하며 버스 운전자의 피로‧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휴게시간을 보장하도록 했다.
이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94조'에 따라 연속운전 및 휴게시간 위반 운수종사자에 대해서는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거나 혹은 87조에 의거 운전자의 면허까지 취소하고 있다.
결국 사업자에 떠밀려 장시간 운전을 강요당하고 있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처벌 규정 때문에 회사의 규정위반을 신고하고 싶어도 신고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7중 추돌사고로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부선 사고'도 제대로 된 신고와 단속만 있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실제로 장시간의 격무에 내몰려 있는 버스기사들도 해당 규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과 용인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운전하는 A(58) 씨는 "신고를 하면 자신도 피해를 보니 회사가 규정을 어겨도 신고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회사에서 정한 배차일정을 지키지 않으면 해고당할 수도 있는데 안 나갈 수도 없다"면서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고 있다"며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불만을 드러냈다.
평택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엄모(44) 씨 또한 해당 규정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엄 씨는 "회사가 근무하라고 지시하면 운행을 나갈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벌금을 대신 내주는 건지 의문도 든다"고 말했다.
◇ 제도가 오히려 문제를 은폐시켜해당 규정에 대해 정찬무 공공운수 노조화물연대 조직국장은 "사용자가 규정 미준수로 처벌받게 되면 운전자도 같이 처벌받게 돼 있어 일선 운전자들이 불법을 보고도 신고를 못한다"며 "문제가 은폐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원 또한 "국토부가 어떤 규칙을 만들어도 상위법에 운전자도 처벌하게 돼 있어 문제가 있다"면서 "강요에 의해서 일하는 운전자들이 처벌을 두려워해 제대로 된 단속이 안 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이 있는 것은 맞지만 무조건 적용되지는 않는다"면서 "사용자가 적발되게 되면 청문회 과정을 거쳐 운전자도 처벌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