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을 유예하고 야당과 더 협의를 해보겠다는 여지를 남기면서 청와대와 야당간 물밑 협상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12일 일자리 추가경정예산과 정부조직법을 인사문제와 연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이번주 안에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고 두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경우, 향후 후폭풍이 만만찮다고 판단해 정무라인을 총가동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장관 임명 유예 소식에 "임명 강행을 위한 꼼수 아니냐"고 비판한 것을 두고, 전병헌 정무수석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진심을 왜곡하지 말고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논의해 줄 것을 야당 지도부에 부닥한다"고 이례적으로 공세를 취했지만, 이날은 야당 설득 물밑 작업에 다시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열린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야당을 협치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대화하자", "송영무, 조대엽 후보자 중 한 사람은 임명철회나 자진사퇴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주 내에 야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순방 성과 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장관 임명 필요성과 추경.정부조직법 통과 절박성 등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이 함께하는 자리 자체를 만드는 것은 물론, 사전에 어느정도 의견 교감이 선행돼야 가시적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은 우리의 의지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여야 대표들이 오셔서 말싸움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사전에 어느 정도 조율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회동을) 하는거지, 자리에만 앉혀놓았다가 모양새가 더 안 좋아지면 안 하느니만 못한 회동이 될 수 있어 그런 것들까지 잘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야당 대표들과의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물을 가져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별도로 정무라인을 국회에 총출동시켜 야당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전병헌 정무수석은 야당 대표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인사 문제와 추경, 정부조직법은 별개라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병도 정무비서관은 초선 의원 출신에 야당 의원들과의 관계도 원만해 국회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한편 친분이 없는 의원들까지 소개받아 일일이 만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역시 야당 설득을 위해 민주당 지도부와 수시로 의견을 주고 받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시급한 일자리 추경과 정부조직법 처리에 야당이 일정정도 성의를 보여준다면 송영무·조대엽 후보자 임명 강행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