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를 창단 6년 만에 정상으로 이끈 두 자매 언니 김온아(왼쪽)와 동생 김선화.
2015년 11월. 여자 핸드볼에 초대형 이적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국가대표 자매인 센터백 김온아(29)와 라이트윙 김선화(26)가 나란히 SK슈가글라이더즈로 이적했다는 소식이었다. 2011년 핸드볼코리아리그 출범 후 인천시청에서 4번의 우승을 합작한 자매의 이적이었다.
SK는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6년 핸드볼코리아리그 성적표는 초라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했다.
김온아의 부상이 뼈아팠다.
하지만 김온아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2017년 리그 초반 결장했지만, 이후 SK 공격을 완벽하게 조율했다. 언니가 없을 때 SK를 이끌었던 김선화도 변함 없이 코트를 지켰다. 덕분에 SK는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지난해 챔피언 서울시청. 1승1패를 주고 받은 상태에서 만난 3차전의 승자는 SK였다. 김온아, 김선화 자매는 15골을 합작하면서 연장 접전 끝에 SK의 31-30 승리를 이끌었다. 창단 6년 만의 첫 우승.
우승 청부사로 팀을 옮긴 자매가 우승을 만들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 SK를 단숨에 강호로 만들었지만, 첫 1년은 아쉽기만 했다.
특히 언니 김온아는 동생 김선화에게 미안함이 가득했다. SK 이적 후 함께 적응해야 할 시기에 부상을 당했다. 언니가 재활에 매달리는 동안 동생은 홀로 팀에 적응하느라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김온아는 "아무래도 팀을 이적하면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둘이면 더 빨리 했을 텐데 재활로 나와있어서 동생 혼자 견뎌내며 힘들어했다"면서 "잘 견뎌줘 고맙다. 이제 동생의 짐을 덜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 후 기쁨을 나누고 있는 SK 선수단. (사진=대한핸드볼협회 제공)
부상에서 돌아온 김온아에게 먼저 팀에 적응한 동생은 큰 힘이 됐다.
김온아는 "동생이 없었으면 적응 시간 더 걸리고, 플레이도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동생이 잘 해줘서 고맙다. 동생이 아니라 친구 이상이다. 동료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선화는 "부상으로 힘들어했는데 다른 선수 같으면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잘 견뎠다"면서 "몸 만들 때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텐데 견뎌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언니와 마찬가지로 김선화도 우승과 함께 마음의 짐을 덜었다. 10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자신의 실수로 승리를 날렸다는 미안함을 땀으로 이겨냈다. 결국 김선화는 경기 후 눈물을 왈칵 쏟았다.
김선화는 "1차전을 어렵게 이기고, 2차전에서 확실하게 마무리했어야 했다"면서 "그런데 내가 실수를 많이 해서 진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오늘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둘은 자매답게 같은 생각을 했다. 서로에게 미안하면서도, 또 서로 힘든 시기를 견뎌내줘서 고마운 마음이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오가던 상황에서 김선화는 언니에게 애교 섞인 부탁을 했다.
김선화는 "경기가 안 풀리다보면 언니가 짜증을 내는데 나한테 유독 많이 낸다. 그게 서운해서 나도 같이 짜증을 낸다. 센터백을 보고, 팀을 리드하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들을 때마다 짜증이 난다"면서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고, 김온아도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우승의 스포트라이트를 두 자매가 오롯이 받을 수도 있었다. 27-27로 팽팽히 맞선 후반 막판 김온아가 속공을 전개했고, 김선화는 맨 앞에서 달렸다. 하지만 김온아의 패스는 김선화가 아닌 유소정에게 향했고, 결국 승부는 연장에 가서야 갈렸다.
김온아는 "마지막에 동생 찬스였는데 유소정을 줬다. 동생에게 줬으면 끝났을 텐데 그 때는 안 보였다. 키가 조금만 컸어도…"라고 유쾌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