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는 13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특별 공동위원회를 오는 8월 워싱턴 D.C.에서 열자고 공식 요청한 것과 관련해, 한미 FTA가 미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형성하는 직접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뉴 트레이드 딜'(New Trade Deal)을 언급하며 한미FTA 개정 협상을 시사했지만, 당시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무역뿐 아니라 서비스, 농축산 등 전체를 따지면 한미FTA가 상호 호혜적"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미국의 개정 협상 요구의 진의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미국 측이 요구하는 게 있을 것이고 우리 측 요구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당당히 임해야 한다"고 당부하는 등 미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정책실과 경제라인도 두 나라 사이의 무역불균형 원인이 한미 FTA에 있다는 미국 측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오히려 FTA 효과를 양국 공동으로 면밀하게 조사·분석·평가할 것을 미측에 역제안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만약 한미FTA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늘리는 근본원인이 된다면 열린 마음으로 모든 가능성 열어 놓고 협상할 수 있지만 저희들은 한미FTA가 양국간 호혜적인 효과를 가져왔고 꼭 미국에만 불리하지 않다는 기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미FTA가 미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형성하는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그것을 미국과 같이 따져서 검토해보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ICT)의 통계까지 언급하며 미 측 주장이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는 283억 달러인데, 한미FTA가 없었다면 440억 달러가 됐을 것"이라며 "오히려 한미 FTA 때문에 미국이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이 협정에 따라 FTA 개정을 위한 특별 공동위 개최를 요청할 경우 30일 이내에 한국 정부는 이에 응해야 한다.
하지만 곧바로 FTA 개정 협상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고 한쪽의 주장을 상대편이 동의해야만, 즉 합의가 있어야만 개정 협상이 시작된다.
우리 정부는 공동위에서 한미FTA 전반에 대한 두 나라 무역 상황을 점검하는 공동조사위원회를 열 것을 역제안하고, 서비스 분야 등에서 100조원이 넘는 미국의 흑자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상품분야에서의 무역적자를 FTA 개정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의 입장은 한미 FTA가 무역불균형의 근본 원인인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라며 "한미 FTA가 양국 교역에 미친 영향과 효과를 공동으로 면밀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측이 제안한 공동위 개최에도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협상 전권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가 쥐게 된다.
우리측은 산업자원부 산하에 설치할 통상교섭본부장이 대표로 나서지만 정부조직법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본부장 지명에 시간이 걸리고, 미국 측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