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조원진 의원의 탈당으로 공석이 된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을 맡고, 3년 뒤 21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당 지도부 인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의 '대구 플랜'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1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내용의 당내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홍 대표는 (당협위원장을 맡아) 자유한국당을 살리겠다고 약속을 했고, 총선에 나오겠다는 그런 계획이었다"며 "대구에서 출마해 뿌리를 내리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일단 지역구 관리를 맡아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보수 텃밭 'TK(대구·경북)'를 사수한 뒤 이를 기반으로 총선에 출마해 훗날을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재·보선 또는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당초 홍 대표의 입장과는 180도 다른 계획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당 지도부는 최근 'TK 사수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그만큼 현 상황을 보수 텃밭의 위기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번 대선 때 TK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TK 지역 정당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바른정당에게도 밀리며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추세를 기회 삼아 민주당은 아예 'TK특위'까지 만들어 집중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역 대선 공약을 구체화하는 등 '판 갈아엎기'에 나선 것이다.
때문에 한국당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의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 출신의 한 당직자는 통화에서 "김 장관이 최근 1박2일 일정으로 대구를 방문해 서문시장을 돌았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대구를 챙기고 있다"면서 "여권이 대구에 무진장 공을 들이고 있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TK 지역이 시급한 상황은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오는 19일부터 시작되는 당 지도부 차원의 전국 현장투어 출발지로 TK을 꼽으며 본격적인 보수 적통 경쟁을 예고했다. 대선 때 덧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을 벗고 텃밭민심을 되돌리겠다는 취지다.
홍 대표는 일단 이 같은 위기를 명분으로 대구 당협위원장직을 노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홍 대표도 대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가장 격전지고, 향후 정치적 행보를 결정하는 선거로 보고 있다. (이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으면) 대구 시민들에게 한국당에 대한 안정감을 주고, 한국당에 대한 기대, 새로운 희망, 이런 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총선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홍 대표의 속내는 결국 '롱런'을 노리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TK는 총선에서 보수진영이 그나마 선전할 수 있는 몇 안 남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어, '험지에 나서야 한다'는 식의 당내 반발도 예상된다.
벌써부터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홍 대표의 대구 출마 가능성에 대해 "험지에 나가도 모자란 당 대표가 유리한 곳을 탐하고 있다"며 "인천상륙작전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낙동강 전선으로 후퇴하겠다는 격"이라는 비판했다. 자칫 수도권 등 전국정당을 포기하고 'TK 자민련'에 머무르는 전략적 후퇴 분위기에 쓴 소리를 한 셈이다.
한편 한국당은 오는 8월 중순부터 'TK 플랜'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지역 정책 개발, 당원 증원 활동과 더불어 지도부 차원의 현장방문 일정도 짜고 있다. 홍 대표도 지역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 토크 콘서트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