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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엽 주고 추경 받기…文 승부사 기질 통했나

아침엔 "야당이 대안 제시해라" 오후엔 "(추 대표 발언) 유감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오전에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더 좋은 방안이 야당에 있다면 제시해 달라"며 야당을 이례적으로 압박했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을 유예하면서까지 야당의 협조를 구했는데, 야당 대표들이 "꼼수"등으로 맞받으며 시급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과 정부조직법 처리에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또 "야당이 추경과 정부조직개편을 인사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로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싶지만 일할 조직도 예산도 가로막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더 좋은 방안을 야당이 제시해 달라"는 언급은 야당의 아이디어를 구한 게 아니라, 경제 정책 전반의 '마중물' 역할을 할 추경의 절박함을 호소하고, 추경 처리 불발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과 경제성장 동력 상실의 책임은 오로지 야당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얼마나 좋은 방안이 있나 한번 보자는 질책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달을 것 같았던 청와대와 야당의 대립은 의외의 곳에서 풀렸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에 임종석 비서실장을 국회로 보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에 분노한 국민의당에 사실상 사과를 하면서 일자리 추경과 정부조직법을 보이콧하려는 야3당의 '결계'를 끊어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임 실장을 통한 문재인 대통령의 간접적인 유감 표명을 받아들여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 등 국회 일정에 복귀하기로 선언했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 후 "문 대통령이 임 실장을 박주선 비대위원장 대표실로 보내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초래된 국회 공전 사태에 대해 분명한 사과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그 뜻을 존중한다.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 등에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던 그 이전으로 복귀해 여타 인사청문회나 국회 일정에도 협조해 나가기로 의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고유 권한인 인사 문제를 다른 사안과 연계하려는 야당의 움직임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도, 제보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국민의당에 기름을 부은 추 대표 발언을 '대리 사과' 하면서 국회 복귀의 명분을 주는 강온(強穩)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이 발동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무라인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국민의당을 달랬다.

국민의당의 복귀 선언 직후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국회 정상화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청와대는 임명철회가 아닌 자진사퇴이고 (조 후보자) 본인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이 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 중 한 명 이상의 낙마를 조건으로 추경 처리 협조를 연계한 만큼,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난 우원식 대표의 상황 보고를 청와대가 조 후보자와 공유했고, 조 후보자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영무 장관 임명에 발끈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국회 정상화에 동의할 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조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데다 국회 복귀를 위한 문 대통령의 추가 언급 등 일정 수준의 명분이 마련되면 마냥 보이콧을 할 수만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인사 참사에 대한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있다면 국회 정상화에 나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바른정당 역시 14일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경청할 예정이어서 국회 보이콧을 풀 여지를 남겼다.

야3당의 국회 보이콧 삼각연대가 깨지고 국민의당이 국회 복귀를 선언한 만큼 한국당과 바른정당 역시 강경 일변도로 나설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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