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을 집까지 귀가를 도운 후 이름과 주민번호를 적어 실적처리하는 근무자들. (사진=정석호 기자)
노란조끼를 입고 경관봉을 든 여성귀가서비스 근무자 A(55) 씨와 B(62) 씨는 매일밤 지하철 역앞에서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명함을 돌리느라 여념이 없다.
명함을 받아든 여성들은 대부분 경계의 눈빛이었다. '호객행위(?)'가 30분을 넘어갈 즈음 한 여고생이 B 씨의 노란조끼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마수걸이를 한 순간이었다.
A 씨는 "아직도 서비스에 대해 모르는 시민이 많아 일하다가도 힘이 빠진다"며 "한번은 지나가는 행인이 우리를 청소부인줄 알고 청소 좀 똑바로 하라며 혼내고 가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 귀가서비스 시행 4년 "아직도 잘 몰라"서울시가 운영하는 여성안심귀가서비스(귀가서비스)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신청이 저조해 이처럼 근무자가 직접 현장에서 여성들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5월 한달 기준, 서초구와 강동구를 제외한 서울시 전체 2만3592 건의 귀가서비스 중에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전화 등을 통해 들어온 신청은 6805건으로 약 28%에 그쳤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발품을 판 근무자들이 올린 건수다. 특히 금천구의 경우 전체 1,654 건 중 사전 신청 건수는 13 건으로 전체의 약 0.7%에 불과했다.
신청이 저조한 이유는 충분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정작 필요로 하는 여성들에게 귀가서비스가 맞춤형으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강서구에 사는 이모(26) 씨는 "어떤 서비스인지 잘 모르는데 덥석 와서 데려다준다고 해서 당황한 적이 있다"며 "좋은 제도라고는 생각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신청해서 하는 방식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사는 전모(28) 씨도 "귀가서비스가 어떤 건지는 들어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서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실적 채우는 근무자…여성들은 '어리둥절'부족한 신청으로 때문에 건수를 채우는 건 오롯이 근무자의 몫이다. A 씨 등에 따르면 근무자는 구청에서 그날 처리해야 할 귀가지원 10건을 배당받는다. 실적을 채우지 못한다고 당장의 불이익을 받지는 않지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B 씨는 "낮에 집안일을 하는 주부가 밤에 이렇게 나와 돈 벌기는 쉽지 않다"며 "서류를 통과하고 면접을 3번이나 보고 어렵게 들어온 곳이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여성들은 관련 서비스가 수용자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을 지적한다.
구로구에 사는 박 모(27) 씨는 "집이 지하철역에서 코앞이어서 괜찮다고 사양했는데 기어코 데려다준다고 해서 3분 거리를 데려다줬다"며 "끝나고 제 이름과 번호 적어가던데,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동작구에 사는 조 모(24) 씨도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굳이 서비스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 소식지나 근무자 복장 등을 통해 홍보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대적인 홍보는 예산이 한정된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