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BS 제공)
지난 1994년 이래 한국의 난민 신청자수는 2만 3000여 명, 지난해에만 7500여 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그들은 수천·수만 킬로미터가 떨어진 한국 땅까지 어떻게, 어떠한 사연을 갖고 오게 된 것일까.
14일(금) 저녁 8시 50분 방송되는 EBS 1TV '다큐 시선'에서는 '한국의 난민을 아세요?'라는 주제로, 우리나라에서 웃고 울며 살아가는 난민들의 모습을 전한다.
#1. 압둘레이 아싼은 지난 2015년 경북 문경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했다가, 카메룬 군대로부터 이탈한 난민이다. 한국 이름은 이흑산. 죽을 만큼의 고통에서 탈출할 유일한 길은 이것뿐이었다. 그리고 지난 5월 27일, 그는 한국 프로복싱 슈퍼웰터급의 챔피언이 됐다.
아싼이 한국 챔피언이 되면서까지 복싱에 매달리는 이유는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서다. 그는 현재 난민 인정 1차 심사에서 탈락하고 이의 신청을 한 상황이다. 한국대표로 세계 챔피언이 돼 국위선양을 한다면 난민인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언제 추방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불안정한 생계는 여전히 그를 두렵게 만든다.
하지만 난민인정을 받을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한국살이에 적응 중인 그는, 권투에 매진하는 틈틈이 한글 공부도 열심이다. 시장의 할머니들은 난민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지만, 배곯던 피난시절을 떠올리며 그에게 용돈까지 준다. 그는 이슬람사원을 찾을 때마다 연락이 잘 닿지 않는 할머니와 형 역시 어딘가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2. 레베카는 이슬람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하자 가족들로부터 생명을 위협받았고, 결국 한국행을 택했다. 레베카의 남편 엠마뉴엘은 할례를 피해 한국으로 왔다. 부부는 낯선 한국 땅에서 메리피스와 가브리엘라를 낳고 평범한 삶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난민 인정이 거부된 엠마뉴엘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더욱이 딸 메리는 아파서 병원을 자주 오간다. 단지 인후염에 중이염 정도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딸은 하루 종일 울고 토했고, 그렇게 또 응급실로 향했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다. 큰 병이 없다고 하는데 메리는 이렇게 자주 아프다. 병원의 봉사과를 통해 지원을 받고 싶지만 그조차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우간다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하고 호텔 매니저로 6년간 일한 엠마뉴엘은 답답한 마음에 이력서를 들고 상담을 받으러 갔고, 그곳에서 그는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한다. 난민 인정만 된다면 그의 경력이 숙박업계에서 일할 만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엠마뉴엘은 언젠가는 경력을 살려 호텔에서 일할 그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 때는 딸 메리도 건강해져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3. 중3 소녀 마시키는 올해로 한국에 온 지 6년차다. 마키시의 엄마 아미아타는 라이베리아 내전으로 인해 가나 난민촌으로 피신했고, 그곳에서 마키시와 함께 살았다. 아미아타는 지인을 통해 '한국은 좋은 나라이고, 여자와 아이들을 잘 돌봐준다'는 정보를 듣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렇게 모녀가 한국에서 온 지 어느덧 6년이 흘렀다. 딸 마키시는 군것질을 좋아하면서도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평범한 중학생이 됐다. 깍두기에 내장탕을 가장 좋아한다는 마키시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진짜 재미있고 너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UN에서 인정한 난민 인증서가 있어도 가족들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스스로 심각한 공포를 느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들은 한국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딸 마키시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