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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노동자들, 가만 있다 지금 왜 이러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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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MBC 노동자들, 가만 있다 지금 왜 이러느냐고요?

    [현장] 언론노동자들의 투쟁 증언하는 영화 '공범자들' GV

    영화 '공범자들'에 나오는 인물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인규 KBS 전 사장, 김재철 MBC 전 사장, 고대영 KBS 사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백종문 MBC 부사장, 길환영 KBS 전 사장, 안광한 MBC 전 사장, 김장겸 MBC 사장,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박상후 MBC 시사제작1부장, 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박근혜 정부, 보수 정권 9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9년에 걸쳐 차근차근, 꼼꼼히 이루어진 작업이 바로 '언론장악'이었다. 권력의 유·불리에 따라 어떤 보도는 권장됐고 어떤 보도는 박해를 받았으며, 이에 저항한 언론인들이 해고를 포함해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 민주화가 된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독재 정권이었던 5공(제5공화국) 시절이 자주 소환됐다. 그에 비견할 만큼 옴짝달싹 못하는 것이 언론의 실상이었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자는 정부의 기치처럼, 사회 곳곳에서도 '적폐 청산'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나오고 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정부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 망정 왜 자꾸 뭐라도 맡겨 놓은 듯 요구하느냐는 불만스런 반응도 많다. "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그러느냐"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15일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공범자들'(감독 최승호)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는 영화다. 각자의 방식으로 불의한 권력에 맞선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권 운영을 못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임기가 남아있는 사장을 축출하려고 할 때,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 방송사의 제작자율성과 권력 감시 기능을 망가뜨릴 때, 역사에 길이 남을 오보를 지시할 때, 맞고 깨질 걸 알면서도 그들은 싸웠다. 영화 말미에 나오는 숱한 징계(해고, 정직, 부당 전보, 감봉, 출근정지, 대기발령 등)자들의 명단은 그 증거다.

    ◇ 그대로 있지 않았던, 침묵하지 않았던 언론노동자들

    현재 복막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왼쪽에서 두 번째)가 15일 열린 영화 '공범자들' 관객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최승호 감독, 김민식 MBC PD, 박성호 전 MBC기자협회장, 정영하 MBC본부 전 본부장 (사진=김수정 기자)

     

    '자백'으로 이미 영화계에 데뷔한 최승호 감독에게도 '공범자들'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영화 상영 후 이어진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최 감독은 "지난 10년 동안 방송인들의 처절한, 피눈물 나는 얘기를 1시간 40분 정도로 줄여야 되는데 사연을 들어보면 하나하나 기가 막혔다. 그런 게 너무 힘겨운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최 감독은 "오늘 시민들도 오셨지만 다 같이 싸워 온 많은 분들이 (이 자리에) 오셨다. 그 동지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것도 마음에 많이 부담이 됐던 것 같다"며 "(지금도) 한창 싸움을 하는 상황인데 이 영화가 KBS-MBC 공영방송을 되찾는 데 힘이 되는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조바심이 난다"고 고백했다.

    '공범자들'이 처음 공개되는 뜻깊은 자리였던 만큼,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언론노동자들이 함께했다.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 170일 파업 당시 해직됐다 여전히 MBC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해직 언론인들과, 최근 "김장겸은 물러나라"는 외침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해 징계 받은 김민식 PD가 참석했다.

    2012년 당시 노조 파업을 이끌었던 정영하 전 본부장은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화면으로 (그 시기의 투쟁을) 보여주면 '그랬었지' 하고 기억은 해도 같이 공감할 수 있을까 싶었다. (최 감독이) 투쟁용으로 되게 잘 만드신 것 같다"고 호평했다.

    이어, "우리가 그때 '멋있게 싸웠었지' 이런 게 아니라 보면서 피가 거꾸로 솟았다. 우리가 너무 눌려있고 말이 안 되는 세월을 보내고 있었고, 아직 정리를 못했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성호 전 MBC기자협회장은 "(영화를 보면서) 살기 안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화가 치밀어서 눌러놨던 감정이 다시 튀어나왔다"면서도 "영화는 재미가 있어야 되는데, 저는 재밌게 봤다. 세상에 무슨 영화가 이렇게 슬프고 재미있나. 눈물나게 재밌고 화나게 만드는 영화다. 최 감독께서 연출을 너무 잘하셨다"고 말했다.

    파업 이후 5년 동안 드라마 현장에서 배제되고 있는 김민식 PD는 "그동안 가만히 있다 왜 그래?"라는 세간의 물음에 대해 "정말 그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들은 정말로 처절하게 싸우고 있었는데 그게 바깥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며 "정말 많은 분들이 보시고 MBC, KBS, YTN 상태에 대해 좀 더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촛불 시민이 100만 명은 될 테니 그분들은 다 보셨으면 좋겠고 한 번 더 보셨으면 좋겠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현재 복막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해직기자도 무대로 나와 영화를 본 소회를 전했다.

    "무려 10년이다. 제가 10년 전에 마흔 살이었고 지금 쉰이 됐다. 30대 초반의 후배들이 40대 초반이 됐다. MBC, KBS 지금 욕을 많이 먹는데 내부에서 그 긴 시간, 저희들이 그대로 있지 않았다는 것, 침묵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을 알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저희 구성원들의 진심을 충분히 이해할 거라고 본다. 지금 여러 가지 평가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그 부분이 잘 전달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 현재 MBC, KBS 같은 공영방송이 다 필요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걸('공범자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아실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 '공범자들' 영화가 정말 '완성'되려면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왼쪽에서 세 번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왼쪽에서 네 번째)도 함께했다. (사진=김수정 기자)

     

    시민들의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바꾸어냈지만, 아직도 공영방송의 가장 꼭대기에는 권력과 결탁해 불공정 방송을 하는 데 앞장섰던 사장, 임원, 이사회가 버티고 있다. 언론노동자들의 싸움이 '현재진행형'인 이유다.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영화가 언론노동자들이) 침묵하지 않았던 것을 잘 보여줬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KBS, MBC 방송을 망치고 나라를 망친 부역자들이 버젓이 살아있다. 이 영화는 이들을 내쫓고 언론자유라는 헌법 가치와 방송 독립, 방송 제작자들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그 날 엔딩크레딧을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찬바람 불기 전에 부역자들 쫓아내고 MBC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려내겠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 역시 "경찰들이 투입돼 야만적으로 사장을 끌어낸 2008년 8월 8일 이후, 참 송구스러울 정도로 KBS가 망가졌다. 지난해 촛불집회 때 저희 방송 중계차량에 '니들도 공범'이라고 쓰인 걸 보고 정말 슬펐다"고 밝혔다.

    이어, "(최 선배 덕분에) 끊임없이 10년 동안 싸우고 있다는 것을 (관객들이) 알게 됐다는 것에 고맙다"며 "지금이야말로 공영방송을 되찾아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찬바람이 불기 전에 박근혜 대리인들 내쫓고 공영방송을 일으키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황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 공영방송 사장 교체 움직임이 나온다'는 모양새가 과거와 비슷하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지난 9년 간 '언론장악'은 없었다고 주장하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방송장악 저지투쟁위원회'를 꾸려 소란을 피우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최 감독은 "(정연주 사장 해임은 정권이) 어마어마한 월권 행위를 한 것이 법원에서 다뤄져 불법으로 결론이 난 상황이다. MBC 김장겸, KBS 고대영 씨는 방송을 규율하는 법이라는 게 제대로 있다면 과거 행위를 봤을 때 절대 공영방송 사장으로 있어서는 안 될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최 감독은 또한 "방문진 이사회, KBS이사회 등이 (사장들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지 보호막이 없다면 결국 자기 스스로 나갈 수밖에 없다.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며 "정부가 불법으로 판명날 어떤 행위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시민들과 내부 방송인들의 힘을 합쳐 공영방송 되찾는 일을 해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호 감독의 2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은 8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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