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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전교조의 폭염 속 3천배…"법외노조 철회하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들이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3천배를 올리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폭염 특보가 내린 지난 14일 낮.

    손톱만한 그늘조차 없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 30여명이 모여 매트리스를 깔고 절을 올린다.

    "우리는 학교가 민주주의 진정한 배움터가 되기를 염원합니다"

    "2,780배!"

    "세월호 2차 수색에서 미수습자 5분이 가족들에게 돌아오기를 끝까지 기다리겠습니다"

    "2,950배!"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합니다"

    "3,000배!"

    전교조 본부 임원과 시도 지부장 등 중앙집행위원들이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3천배를 올린 자리였다.

    법외노조 철회 문제와 정치기본권 확보는 전교조 올해 2대 현안이다. 두 문제는 전교조 '조직'과 '조합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전교조로서는 올해 반드시 풀고 가야 할 문제로 꼽았다.

    지난해 범국민적인 촛불시위에 이어 문재인 정부까지 들어서면서 전교조로서는 상당히 유리한 정치지형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두달이 지났지만 두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법외노조 문제와 관련해 전교조는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며 정부가 먼저 나서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겠다'는게 공식 입장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5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기본적으로 고용노동부 사안인데 일단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겠다"며 "어떻게 풀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처분이 타당한지를 가리는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중인데, 이 재판결과에 따라 전교조 재합법화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대법원에 접수된 소송은 50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법원으로서도 결론을 신속하게 내릴 수 없는 폭발력을 지닌 사안이기 때문이다. 상고심 평균 처리기간 188일을 훌쩍 넘겼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언제 나올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전교조는 정부에, 정부는 다시 대법원에, 대법원은 '하세월'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자 전교조는 청와대가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교조 조창익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굳은 의지를 밝히는게 이 문제 해결의 선결과제"라며 "대법원 판결 이후로 문제해결을 미루는 것은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외노조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조합원 총력투쟁의 의지를 확인하면서 결사투쟁할 수 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전교조 재합법화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같은 뜻을 이미 전교조에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확보 문제 역시 지금 당장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상 교사는 정치운동과 집단행동이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정당에 가입할 수도 없고 피선거권도 없고 선거운동도 할 수 없다. 특히 집단행동 금지조항(66조)은 교사 시국선언 등 정치적 의사표현까지 막는 법적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국가공무원법 66조는 당초 공무원,교사의 노동운동을 막기 위한 조항이었으나 정치적 의사표현을 막는 근거로 전락했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또 미국과 유럽 각국의 경우 교사의 피선거권을 보장하고 정당가입을 허용하고 있다며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도 요구하고 있다.

    '교원도 교실 밖에서, 수업 이외의 시간이라면 개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정치적 기본권을 가져야 한다'는게 전교조의 입장이다. 정치적 기본권이 제한되는 경우는 교사가 '그 지위를 이용해' 정치운동을 하는 경우로 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성향의 시도 교육감들도 거들고 나섰다.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분을 받은 교사들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 등이 징계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교사 시국선언→정부의 고발→검찰의 형사처분→시도 교육청 징계'로 이어지면서 전교조의 반발을 불러왔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10일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가 형사처벌을 받은 교사 10명에 대한 징계를 철회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촛불시민들의 진출과 새 정부의 출현 등 변화된 상황에 비춰볼 때 세월호 진상규명과 국정교과서 반대와 같은 의견을 표명하는 교사와 공무원의 시국선언은 이제 용인될 수 있음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기와 경남,전북,전남 교육청 역시 시국선언 참여 교사에 대한 징계를 미루고 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도 지난 13일 "징계는 시도교육감 권한"이라며 "시국선언 교사문제는 갈등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법률과 규정 등을 살펴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보수단체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책이 하루 아침에 180도로 바뀌어서는 안된다'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적 가치이다. 헌법31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에 의해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허용한다고 해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것은 교사가 '그 지위를 이용해' 정치행위를 했을 경우이지 지위를 이용하지 않고 개인적 차원에서, 교실 밖에서 정치적 행위를 했다면 이는 헌법도 인정하고 있는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추구에 해당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아울러 공무원이나 교사 노조의 정치 기본권이 허용된다면 박근혜 정권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정치 편향적 정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며, 이는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근 들어 전교조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학교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대의명분을 놓고 노노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조창익 위원장은 "전교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사회적 대의를 부정한 적이 없다"면서도 "이 문제가 마치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기간제 교사 등 일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 일부 정규직 교사들이 '임용시험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을 정규 교사로 발령할 수는 없다'며 전교조 지도부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 문제 때문에 전교조에서 탈퇴하는 교사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지도부에 소통을 촉구하는 쓴소리가 SNS상에 공개적으로 나오기도 하고 있다.

    현재 학교비정규직은 약 40만명으로 전체 교직원의 41%,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간제 교사와 영어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은 정규교사와 영역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갈등소지가 높다.

    이를 의식한 듯 조 위원장은 "기간제 교사는 물론 정규교사와 예비교사의 입장도 있어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며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는 신중한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최종적인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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