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활영=포토민트 장철웅)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음색."
‘첼로’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이 한 마디는, 첼로가 편안하면서도 중후하고 따뜻한 서정을 지닌 악기임을 함축한 표현이다.
18일 저녁 잠실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 오로지 첼로만으로 구성된 ‘런던첼로오케스트라’는 경이로운 하모니를 뽐내며, 관객을 첼로의 매력에 빠뜨렸다.
다른 악기 없이 오직 첼로만 손에 쥐고 등장한 첼리스트 스무 명만 봤을 때는 기존 오케스트라에 비해 조금은 비어 보여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제프리 사이먼의 지휘 아래 첼리스트들이 일제히 활을 켜며 ‘위풍당당 행진곡’(에드워드 엘가) 연주를 시작하자, 홀을 압도하는 풍부한 소리가 터져 나왔고, 관객은 숨죽인 채 음악에 몰입했다.
이어 ‘캐논’(요한 파헬벨), ‘교향곡 40번:1악장 알레그레 몰토’(모차르트) 등의 익숙한 곡이 귀를 사로잡으며, 첼로로만 내는 소리는 이렇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사진 촬영=포토민트 장철웅)
여기까지가 첼로의 매력을 살짝 맛보는 도입부였다면, 다음부터는 눈으로도 함께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를 만나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특히 1부 말미 연주된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리하르트 바그너)과 ‘차르다시’(비토리오 몬티)는 듣기만 하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곡들이었다.
하지만 지휘자 제프리 사이먼의 손짓에 따라 현을 활로 켜다가 손가락을 퉁기는 연주자들을 함께 보는 것은, 소리뿐만 아니라 지휘자와 연주자의 몸을 통해 보는 또 하나의 공연이었다.
‘런던첼로오케스트라’는 1부에서 클래식에 집중한 뒤, 2부에서 친숙한 팝음악 레퍼토리를 펼쳤다.
‘007 제임스 본드 테마곡’(데이비드 아놀드), ‘미녀와 야수’(앨런 멘켄), ‘보에미안 랩소디’(퀸), ‘서머타임’(조지 거슈인) 등의 곡이 울려퍼졌다.
(사진 촬영=포토민트 장철웅)
백미는 2부 대미를 장식한 ‘아리랑’이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부르는 이 민요를 첼로 앙상블 연주용으로 듣자, 민족적 정서를 떠나, 그동안에 들은 여러 버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뭉클함이 올라왔다.
첼로의 육중한 사운드와 성악가의 한 맺힌 목소리가 큰 감동을 불러왔다.
이날 공연 후 응암동에서 온 이민경 씨(32)는 “첼로 하나만으로 이렇게 다채로운 선율을 낼 수 있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런던첼로오케스트라’의 내한은 2013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다.
롯데콘서트홀에서의 무대를 성곡적으로 마친 이들은 다음 날인 19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시 한번 더 한국 관객들에게 첼로의 매력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