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선서하고 있는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공정성을 제거할 적임자", "매우 편향적" 등의 수위 높은 표현을 동원해 맹공을 폈지만,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일관되게 '언론 정상화' 의지를 밝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9일 오전 10시, 이효성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전북 익산 출신인 이 후보자는 서울대 언론학 석사과정과 미국 노스웨스턴대 언론학 박사과정을 거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한 인물이다.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을 역임한 이 후보자는 개혁적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난 3일 내정된 이 후보자는 지명 직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공공성·공정성을 제대로 구현하는 방송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해직언론인 복직 및 명예회복 △종편의 직접광고영업 개선 등을 과제로 꼽은 바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당시 인터뷰와 인사청문회 서면답변, 과거 칼럼 등에서 밝힌 이 후보자의 언론관을 줄곧 문제삼았다. 미방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박대출 의원은 자진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 한국당 "공정성 제거할 적임자" 원색 비난첫 질의자였던 박 의원은 "MBC 사장을 강제 퇴진시키는 게 옳냐. 임기 보장하는 것이 옳냐", "강제퇴진이 맞냐?", "광우병 보도가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종편 개수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종편들이) 재승인 심사 탈락하는 게 옳냐, 그르냐" 등을 연이어 질문했다. 배경과 맥락을 살펴야 하는 사안에 대해 무조건 '예스, 노' 여부만을 물으며 이 후보자를 압박했다.
이 후보자는 "임기 보장과 관련해서는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법이 정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결격사유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만약 임명이 된다면 위원들과 상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종편과 관련해서는 "(종편 개수가 많다는 것은) 현상을 기술한 것이다. 의지를 표현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이 후보자를) 향후 방송 공정성, 독립성을 제고할 적임자라고 되어 있는데, 제가 그간의 논문, 칼럼, 각종 발언을 검토해 보니 방송 공정성·독립성을 제거할 적임자 같다"며 "지금 이 자리에서 후보직을 사퇴하시고 소신 있는 길을 가시는 게 어떠느냐"고도 했다.
이 후보자는 "제가 젊었을 때 한국의 언론 상황이 매우 엄혹했기 때문에 (과거에) 제가 엄혹한 상황에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5대 인사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 부분을 오늘 검증해 주시기 바란다. 검증을 통해 밝혀주시면 고맙겠다"고 답했다.
한국당 소속 신상진 미방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에서 MBC가 적폐 방송이니 손보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신 건 알고 계시죠? 어떤 견해인가"라고 물었다.
국회 미방위 자유한국당 간사를 맡은 박대출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이에 이 후보자는 "저를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하신 것은 한 번 방송을 바로잡아주시오 하는 부탁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MBC의 경우에 내외의 여러 가지 분란이 있다. 소송제기도 있고 무엇보다 시청률이 너무나 하락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볼 때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위원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방통위원님들과 외부 의견들을 참조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상진 위원장이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정치권력의 개입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시죠"라고 재차 묻자, 이 후보자는 "저의 언론에 대한 철학은 어떤 정권 하에서도 편향되지 않는 언론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님들께서 염려하시는 바는 잘 알고 있지만, 특정 정치세력에게 편향되고 우호적이고 다른 쪽에는 비우호적인 방송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 비정상적인 언론을 정상적인 언론으로 바로잡겠다는 것이 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김성태 의원 역시 "후보자의 답변 내용과 오랜 기간 행적을 보면 매우 편향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위원회 운영을 편파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 거의 명확한 것 같아,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이 되는 건 불가하다고 판단한다"고 이 후보자를 공격했다.
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기자 생활한 적이 있나"라고 물은 후, 이 후보자가 언론학자로서 방송과 신문을 알아야겠다 생각해 MBC, 경향신문에서 잠깐 일했다고 답하자, "그걸 가지고 언론계에 있었다고 하면 기자들이 비웃는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원로 언론학자로서의 경력과 평판을 무시한 채 기자 경험 유무 혹은 기자로서의 활동 기간만을 들어 평가절하한 셈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오전 질의 내내 방송과 통신 융합현상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방송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보장하며 방송통신의 균형발전 등을 이끌 적임자인지 자질을 검증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진영논리를 앞세워 편향적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빌미로 "5대 비리 끝판왕", "공직배제 5대 기준 전관왕 달성" 등을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와 같은 회의 진행을 비판하느라 정작 청문회 첫 질의가 10시 42분에서야 시작됐을 정도다.
◇ 이효성 후보자, '방송법 개정안' 필요성 언급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
그럼에도 이 후보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재의 방송통신 환경에 대한 진단과 과제를 언급하며 '언론 정상화'를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현재 방송통신 거버넌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제도가 능사는 아니고 운영도 중요하지만 현재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는 측면도 있다. 지나친 여야 구도에 여당 측에서 지나치게 많은 이사를 보내고 논의에서 항시 다수결 원칙을 통해 결정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포함해 162명의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특별다수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거버넌스 구조를 좀 바꿔서 여야에서 보내신 분들이 합의를 통해 좋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끔 바뀌길 바란다"고 답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 여야 비율 7:6 완화 △중립적인 사장추천위원회 마련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전체의 2/3 이사들의 찬성이 있을 때 가결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당시 정부여당이었던 한국당의 강력한 반대로 미방위 회의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아 오랜 시간 계류 중이었다.
세계언론자유지수가 2006년 31위로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70위까지 하락한 현재의 언론현실을 어떻게 개선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우선 법에도 KBS를 비롯해 한국 공영방송의 자유와 독립, 공적 책임, 공정성과 공익성을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방송사 내외에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가 면밀히 검토하고 조사해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개인적 판단보다는 위원들과 합의해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후보자는 "방송법 5조(방송의 공적 책임), 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를 철저히 준수해야 할 것 같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 주요 공영방송이 이 점에서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저도 그런 점이 다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가능하면 (방통위의) 감독권을 발휘해서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 공정성을 실현하도록 권유하겠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통신 분야에서 전문성이 약하다는 지적에는 "방통융합시대에 방송을 공부한다는 것의 상당 부분은 통신에 대한 공부도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취임하게 되면 전문가들의 얘기도 많이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