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가 5대 국정목표와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비전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고 5대 국정목표는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등이다.
그 아래에 20대 국정전략이 있고 다시 그 아래에 100대 국정과제와 487개의 세부실천과제가 있다.
세부적으로 분류하자면 5대 국정목표 중 △국민이 주인인 정부 아래에 4개의 전략이 있는데 첫 번째가 국민주권의 촛불민주주의 실현이다. 이 전략 아래에 다시 4개의 과제가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 이고 두 번째가 '반부패 개혁으로 청렴한국 실현'이며, 세 번째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 해결'이다.
이렇게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100대 국정과제 중 1번이 '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왜 적폐청산이 국정과제 1호가 됐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청와대 제공)
▶ 다른 과제도 많은데 왜 적폐청산을 1번으로 정한거냐?= 1번 과제는 첫 번째로 중요하고 100번 과제는 100 번째로 중요하다는 건 아닐 것이다.
모두 중요하지만 1번 과제로 정했다는 건 그만큼 상징성이 있다는 얘기다.
첫 번째는 누가 뭐래도 문재인 정부는 춧불시민혁명으로 출범한 정부다. 그리고 촛불민심의 첫 번째 요구는 무엇보다도 '적폐청산'이 최우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19일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촛불혁명의 정신을 잇겠다는 걸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는 촛불 혁명의 정신을 이을 것입니다.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국민의 나라,모든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일소하고,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발혔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의 가장 큰 목소리는 '이게 나라냐?'였다. 그러니 적폐청산이 당연히 1번 과제로 선택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1호가 적폐청산이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적폐청산이 백대 국정과제 중 첫 번째로 정한 이유에 대해 "원래 적폐청산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다만 적폐청산 특별조사위원회는 설치하지 않고 각 부처별 T/F를 구성해 국정농단을 조사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도 19일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적폐와 부정부패 청산을 위한 조치도 시작했다"면서 "대통령 주재 '반부패 관계기관 협의회'를 다시 가동하고 '방산비리 근절 관계기관 협의회'를 운영하여 국민의 여망에 부응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미 국정원에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설치됐고 경찰청도 민간인으로 구성된 개혁위원회를 구성했으며 문화부와 검찰도 곧 자체 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적폐청산에 나설 예정이다.
세 번째는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공직기강을 바로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이 더 지났지만 아직도 내각이 완전히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에는 박근혜 정부 낙하산들이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남아있다. 일부 공공기관에는 이른바 알박기를 통해 혼란기에 임기를 새로 시작한 곳도 많다.
박범계 의원은 "국정농단 청산은 부패척결과는 조금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부패도 섞여 있지만 국가 시스템을 사유화 한 것이 문제"라면서 "인사를 사유화 했고 예산을 사유화했고 나라의 기밀을 사유화 했다"면서 "국정의 시스템이 와해된 것을 복원하겠다는 그것이 적폐청산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어떤 국정농단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고, 그래야 재발방지책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자료=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제공)
▶ 적폐청산이 제1과제면 대대적인 사정정국이 조성되는거냐?=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대대적인 사정수사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방산비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적행위'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서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이 대대적인 방산비리 수사를 벌였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방산비리를 덮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미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국정농단수사 시즌2가 곧 가동될 전망이다. 청와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박근혜 정부 문건들이 범죄단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정 정국은 청와대가 사정을 기획해서 일괄적으로 하명하고 사정의 방향성을 조율하는 걸 말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부패범죄에 대해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걸 사정정국 조성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본연의 업무인 수사를 하거나 감사기관이 본연의 감사를 하는 건 사정정국의 조성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본래기능을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자료=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제공)
▶ 청와대가 사정을 주도하지는 않는다는 거냐?= 그렇다. 그게 통상의 사정정국과 다른 점이다. 과거 다른 정부의 사정은 청와대의 하명이 최우선이었다.
법조출입기자 시절 들었던 얘긴데 문민정부가 출범한 직후 검찰 특수부 검사들에게 명단이 배포됐다고 한다. 어느 검사에게는 노태우 정부 황태자였던 '박철언', 또 어느 검사에게는 '이건개' 또 누군가에게는 '엄삼탁' 이런 식으로 명단을 배포해서 대대적인 사정수사를 벌였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본격적인 사정정국이 조성된다면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주요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 공공기관장의 명단을 배포해서 수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언급한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정치보복 쇼(SHOW)' 일 수 있을 것이다.
홍 대표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시행된 이래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전(前) 정권 비리 캐기 수사는 이 정권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며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정치보복 쇼(show)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보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정수석이 관여하지 않고 각 부처별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정농단 실태를 분석해서 적폐청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가 사정을 주도한다는 인상을 주지않기 위해서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적폐청산 특별조사위원회'도 설치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대적인 사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자 19일 여야 4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반부패기관협의회는 개별 사건이 아니라 제도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자료사진)
▶ 공수처 설치나 검경수사권 조정은 어떻게 되는 거냐?= 100대 과제 중 13번째 과제가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이다. 법무부와 경찰청 감사원 국정원 개혁을 말하는 것이다.
일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올해 안에 설치하기로 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박상기 법무장관도 취임 일성이 공수처 설치였던 만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내년 시행이 목표다. 검찰이 가진 수사·기소권 가운데 실질적인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는 것이 핵심이다.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 수사권을 갖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지만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기에 앞서 경찰개혁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올해 안에 경찰권을 분산하고 인권친화적 경찰 확립 실행 방안 등과 연계해서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검경수사권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검찰과 경찰 내의 의견 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헌법과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경찰에 수사권을 넘겨주기 위해서는 영장청구권을 넘겨야 하는데 이건 헌법 개정사항이다. 또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수사종결권이나 수사지휘권도 개정해야 한다. 법률개정은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면에서 쉬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정부는 2017년부터 자치경찰 관련 법률을 제·개정하고 2018년 시범 실시를 거쳐 2019년 전면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올해부터 경찰위원회 실질화를 통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인권위 권고사항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감사원에 대해서도 2017년부터 수시보고 체계를 개선하고, 감사위원회의 의결 공개 등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감사원법 개정과 함께, 감사운영 개선, 결산검사체계 개편 등을 통해 감사원의 독립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국정원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