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브리티시오픈(디오픈) 골프대회는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대회 명칭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대회는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860년에 창설된 이 대회는 올해로 146회째를 맞는다. US오픈이 1895년에 시작됐고 PGA 챔피언십은 1916년이 1회 대회였다.
'명인 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는 1934년에 창설돼 메이저 대회 가운데서는 '막내'에 불과하다.
따라서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세계 최초, 유일의 오픈 대회'라는 자부심을 앞세워 '디오픈(The Open)'이라는 명칭을 고수한다.
'디오픈'이 맞는다고 여기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 대회를 '브리티시오픈'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골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이 대회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기자회견에서 '브리티시오픈'이라고 언급했다가 곧바로 '디오픈'이라고 정정하며 사과하기도 했다.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ESPN은 올해 이 대회 개막을 앞두고 명칭 논란을 다시 언급했다.
ESPN은 "대회장 어디에도 '브리티시오픈'이라는 표시는 없다"며 "대회 공식 명칭은 '디오픈'"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출전 선수들 사이에서도 이 대회 명칭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잉글랜드 출신 로스 피셔는 "그것은 분명한 디오픈이다. 지금까지도 브리티시오픈이었던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애런 배들리(호주)는 "나는 브리티시오픈이라고 부르고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다른 의견을 내놨다.
잉글랜드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사는 폴 케이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케이시는 "이것은 어떻게 보면 지리적인 문제"라며 "나는 디오픈이라는 명칭을 더 선호하지만 명확한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는 브리티시오픈이라고도 부른다"고 말했다.
2009년 이 대회 우승자 스튜어트 싱크(미국)는 "집에 있을 때는 브리티시오픈이라고 부른다"며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방법이지 대회 명칭을 뭐라고 부르느냐에 따라 그 대회를 존중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마르틴 카이머(독일)는 "간단하다. 미국에 있을 때는 브리티시오픈, 유럽에서는 디오픈이라고 부른다"고 답했다.
케이시는 "피닉스에서는 2월에 사람들이 '디오픈에 간다'고 얘기하지만 그 대회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을 의미한다"고 지적하며 "나는 속으로 '디오픈은 세상에 하나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찰스 하월 3세(미국)는 "나는 브리티시오픈이라고 이 대회를 부르는데 영국에 와서는 괜한 의견대립을 가져오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기꺼이 디오픈이라고 부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