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하고 있는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정부 지분이 한 주도 없는 금융회사의 CEO나 감사에 전문성과 관계 없는 낙하산 인사가 자행된 게 우리 금융의 현실이다. 이런 게 바로 우리 금융의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원인이다..후보자는 위원장 직을 걸고 낙하산 인사를 막을 각오가 돼 있나”
“위원님 지적에 절대 공감하고 있다. 최대한 적격 인사가 자리에 앉아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 간에 오간 질의와 답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여야 4당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공공기관 인사에 있어서는 부적격자 낙하산 인사, 캠프 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는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에게 “그런 일은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김용범 사무처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9일 취임한데 이어 20일 차관급인 금융위 부위원장에 김용범 사무처장이 임명되면서 금융위 내외부의 연쇄 인사가 시작됐다.
이번 인사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SGI서울보증보험, 금융회사들의 협회들까지 포함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산업은행 회장은 모두 현직 수장들이 임기가 많이 남아 있지만 이른바 ‘친박’ 인사들로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는 맞지 않아 물러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해 인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과거 정부와는 달리 낙하산 또는 보은 인사는 없을 것으로 기대되자 금융계에선 전문성을 의미하는 ‘적격’ 후보군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성이 적격 여부를 가르는 기준으로 여겨지면서 자연스럽게 경제부처의 고위 관료 출신들이나 금융감독원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무성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은 진웅섭 현 원장의 임기가 11월까지로 아직 남아 있으나 새 금융위원장과 손발을 맞추기 위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기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는 7월말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장 후보로는 김광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고문은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재경부 금융정책과장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 등을 거쳐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냈다.
금융위 내부에선 손병두 상임위원이 사무처장을 맡고 유광열 증선위 상임위원이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관료출신들인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과 서태종 현 금감원 수석 부원장은 각각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수출입은행장에 임명된 이후부터 비어있는 SGI서울보증보험 사장 자리에는 허창언 금융보안원장이 ‘적격’ 후보로 금융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허 원장은 금융감독원의 보험감독국장과 보험담당 임원을 거쳤다.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는 재정경제부 시절 국고국장 출신인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과 증권선물거래소 출신인 최홍식 전 코스닥 시장본부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단체인 손해보험협회와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도 회장들이 잇달아 올해안에 임기가 만료되면서 인사철을 맞고 있다.
이 가운데 손해보험협회장의 임기가 8월에 끝나 가장 먼저 후임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과거에도 손보협회 회장에 관료 출신이 오느냐 아니면 민간인이 선출되느냐에 따라 다른 협회장도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에 주목된다.
손보협회장 후보는 금융당국 출신으로는 금융감독원 국장을 지낸 나명현 전 현대해상 상근 감사, 민간 출신으로는 서태창 현대해상 전 사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