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유리에 있는 통일의 집. 문익환 목사와 박용길 장로의 유품이 있다. 하지만 관리가 어려워 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 수유리에 있는 '통일의 집'. 이곳에는 늦봄 문익환 목사와 그의 아내 봄길 박용길 장로의 인생과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늦봄 문익환 목사의 아내 봄길 박용길 장로가 남편에게 쓴 편지 '당신께'로 시작하는 편지 한 장에는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이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겨있다. 달력과 잡지도 서로에게 향한 애정을 담는 편지지로 활용됐다.
또, 문익환 목사의 절친 시인 윤동주의 대표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초판본도 통일의 집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할 당시 가슴에 붙어 있던 수인번호와 북한 대표단이 남한을 방문했을 당시 문익환 목사에게 준 선물도 남아있다.
통일의 집에는 문익환 목사와 박용길 장로의 유품 2만 5천 여 점이 남아있다. 하지만, 관리가 어려워 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70년 이 집에서 살기 기작한 문익환 목사는 1994년 소천했다. 이후 아내 박용길 장로가 홀로 지내다 2011년 박 장로가 소천한 이후에는 사실상 방치되어 온 셈이다.
지어진 지 50년 가까이 됐고, 곰팡이까지 피는 등 유품을 보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상태이다.
다행히 지난 6월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꾸려져 백주년이 되는 내년 통일의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관심 부족으로 추진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2016년 설립된 사단법인 통일의 집 김준엽 사무국장만이 홀로 유품을 보존하며 통일의 집을 지키고 있다.
김준엽 사무국장은 "문익환 목사와 박용길 장로의 유품은 단지 유가족만의 유산이 아니"라며 "우리 시대의 유산이라 생각하고 보존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의 집측은 문익환 목사와 박용길 장로의 삶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며, 그 유지를 후대로 잇기 위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