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수백억 원 규모의 정보통신망 교체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정 업체에 대한 밀어주기 의혹에 휩싸였다.
특히 해당 업체와 경기도를 연결해 준 인물로 한 퇴직 공무원이 지목돼 정보통신업계 '관피아' 논란도 일 전망이다.
◇ 경기도, 230억 사업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경기도와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경기도는 20일 인천조달청을 통해 '경기도 정보통신망 인프라 구축 사업'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다.
이 사업은 경기도 본청 내부망을 비롯해 31개 시군과 공공기관 등으로 연결되는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만 230억 원에 달한다. 사업비 규모가 큰 만큼 SK, KT, LG 등 국내 3대 통신사 모두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의 발단은 경기도가 이 사업의 핵심장비인 '백본'의 장비사양을 '12테라(Tbps) 이상의 용량과 슬롯당 3테라 이상의 대역폭'으로 제한을 두면서 시작됐다.
경기도가 정한 이 규격의 경우 국내 제조 업체 중에서는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업체가 없을뿐만 아니라 국외 업체들 가운데서도 A사의 제품에 특화돼 있다는 게 대부분 업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제시된 규격보다 높은 사양의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있는 만큼 A사로 한정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최저가 입찰인 상황에서 높은 사양의 비싼 제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낙찰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국내의 한 백본 생산업체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스펙에 가격을 맞출 수 있는 업체는 A사밖에 없다"며 "다른 업체들의 제품은 규격은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훨씬 높은 사양이기 때문에 가격면에서 3배 이상 비싸 경쟁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장비사양을 12테라 이상으로 제한한 것을 두고, 10테라급 장비까지 생산이 가능한 국내업체는 기술력 면에서 배제시키고, 30테라급 이상만을 생산하는 국외업체들의 경우는 가격면에서 배제됨으로써, 유일하게 15테라급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A사에 유리하게 입찰이 설계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경기도가 의도했든 안했든 A사 이외의 업체들 중 신제품이 나오지 않는 한 응찰자 모두 A사의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A사는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으며, 더 나아가 A사가 선택한 사업자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될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핵심장비의 독점적 위치에 있는 A사가 사업자들에게 제품 가격에 차등을 줘서 제공한다면, 사업자들 입장에선 가격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A사는 가격을 최대한 올릴 것이고, 통신사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기도가 A사의 배만 불려준 꼴로 그만큼 도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 IT업계, "경기도와 경기도 공무원 출신 브로커 유착 의심"그렇다면 왜 경기도는 예산 낭비라는 비난과 함께, 특혜 논란에 휩싸이면서까지 무리한 입찰을 강행하는 걸까.
업계에서는 경기도의 이처럼 비정상적인 사업 추진의 이면에는 한 통신업체 회장인 박모씨가 존재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회장은 경기도 통신직 공무원 출신으로 10년 전 퇴직한 이후 경기도내 통신 사업과 관련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브로커로 알려져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경기도 정보통신업계에서는 모두가 박 회장을 알고 있다. 그 사람이 (경기도 입찰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등의 얘기는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뜸했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경기도를 움직여 장비 규격을 A사의 제품으로 특정한 뒤, 이를 이용해 특정 사업자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힘을 쓰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더욱이 공고가 나기 전에 박 회장과 관련된 사업자로 입찰 정보가 새어 나간 정황까지 제기되면서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입찰공고가 나기 2주 전에 이미 모 통신사의 입찰 주관사 한 임원의 입에서는 이번 입찰은 A사의 장비로 갈 거라는 말이 나왔다"며 "그 통신사는 박 회장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의혹에 대해 박 회장과 경기도는 모두 전면 부인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12년 한 통신사와 해당 사업을 함께 한 적은 있지만, 당시에는 큰 역할을 안했고, 작은 장비를 납품한 바 있다"며 "하지만 도 공무원들과는 잘 소통도 안하고, 그런 유착관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