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장시호에 이어 정유라까지 최순실과 삼성에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최순실씨 측 변호인들은 특검이 압박을 하거나 회유를 했을 것이라며 변호사 사임까지 거론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만 특검과 검찰에서는 '정유라의 증언은 의외'라면서도 회유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최순실씨와 변호인이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정유라·장시호 왜 딸들은 반란을 일으켰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어보자, 정유라 씨가 증인으로 출석할거면 왜 새벽 2시에 나갔을까?= 저도 그게 궁금했다. 그래서 특검과 검찰 등에 확인을 해보니 정유라 씨가 처음에 원했던 시간은 12시 자정 이전에 자신을 데릴러 와 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특검 핵심관계자는 "처음 정유라 씨가 연락을 해와서 12시 이전에 와서 픽업을 해달라고 제안을 했다"면서 "그런데 차를 가지고 가서 보니까 정유라 집 근처에 취재진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나오지도 못하고 이쪽에서도 픽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취재진들이 빠진 상황이 새벽 2시였다"면서 "그래서 새벽 2시에 집을 나오면서도 혹시라도 취재진들이 있거나 자신을 막을 사람들이 있을까봐 뛰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변호인측이 공개한 CCTV 화면에 정유라 씨가 뛰어 가는 장면 그걸 얘기하는 거냐?= 그렇다. 집에서 나온 정 씨가 차량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고 곧바로 차량이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유라 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두 번째로 궁금한 것, 새벽 2시에 나가서 법정에 출두할 때까지 어디서 뭘 했는지 확인했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일부 평론가들은 특검이 마련해준 호텔에 머물렀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특검이나 정유라 씨 측 누구도 확인해 준 사실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그런 보도는 추측성 보도일 가능성이 높다.
특검의 핵심관계자는 "정유라 씨가 2시 이후 어디에 있었느냐?"는 질문에 "특검에서는 그에 대해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유라 씨의 증인 출석문제는 정씨가 주체고 특검은 조력을 하는 입장"이라면서 "정유라 씨가 확인해주지 않는 걸 특검에서 확인해주는 건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증인 출석의 주체인 정유라 씨가 확인해준다면 모르지만 특검이 그걸 밝히는 건 옳지 않다는 것으로 정유라 씨가 어디 호텔을 갔건 아니면 어떤 다른 공간에 갔건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얘기였다.
특검에서는 다만 "정유라 씨는 차량에 탑승한 이후 굉장히 임의롭고 안전하고 안심되게 상황을 운영했다"면서 "차량에서부터 여성이 동승했으며 아무런 불편이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 정유라 씨가 특검의 증인출석 요청을 거부하다가 왜 갑자기 응하게 된 것이냐? = 거기에 대해서도 특검이나 검찰에서 모두 '의외였다'는 반응이었다.
검찰측 핵심관계자는 "검찰에서는 정유라씨가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검찰에서 증언한 내용을 그대로 증언해 주기를 기대했다"면서 "그런데 저렇게 나가서 진술해 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정말 의외였다"고 말했다.
특검 관계자도 "정씨의 증언을 바라기는 했는데 그렇게까지 증언을 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정말 의외였다"고 검찰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최순실 씨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최순실씨의 변호인들은 검찰이 세 번째 구속영장을 쳐서 구속할까봐 협조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분석들이 많이 나오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미 두 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그런데도 검찰이 뭔가 약점을 잡고 압박을 했을 것이라고 하는 건 억지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유라가 세번째 영장이 청구돼서 구속될까봐 두려워서 증언을 했다고 변호인들이 주장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면서 "영장이 두 번 기각됐는데 세번째 청구한다고 발부된다는 보장이 어디있겠느냐? 정유라도 알 것 다 아는데"라고 말했다.
▶ 최순실씨 변호인들은 특검이 회유나 압박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최순실씨의 변호인(정유라의 변호를 겸하고 있다)은 '특검이 새벽 2시에 정 씨를 혼자 불러내, 회유와 압박을 했다'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 말에는 어폐가 있다. 특검이 정씨를 회유하거나 압박하기 위해서는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특검으로서는 정유라씨를 법정 증인으로 부를 권한 밖에 없다. 이미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봐줄 수도 그렇다고 압박할 수단도 없는 것이다.
최순실씨나 변호인들의 주장대로 정유라를 압박하거나 회유했다? 회유가 뭐냐? 어떤 대가를 가지고 이른바 꼬득였다는 것 아니냐? 그런데 특검이나 검찰에서 정유라를 회유했다가 항소심 법정에서 그걸 공개하면서 증언을 뒤집을 경우 어떻게 될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일종의 딜을 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국정농단 사건은 하나하나가 매우 민감한 사안들이다. 조금이라도 잘못될 경우 전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회유를 하거나 압박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특검이나 검찰 측 핵심관계자들의 얘기다.
▶ 정유라의 승마와 관련된 증언 내용이 돌발적인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검찰에서 진술한 그대로 법정에서 증언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유라씨가 검찰에서 1회, 2회, 3회, 4회, 5회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1회와 2회 신문조서는 이대입시와 학사부정 관련이고 3회와 4회 5회는 승마와 관련된 것이다. .
정유라씨가 법정에서 진술한 것은 3회와 4회 5회 피의자 신문조서와 똑 같다고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유라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과 법정에서 진술한내용이 똑같다"면서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정유라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측에도 제공됐으며 변호인들이 조사과정에 배석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검찰관계자는 "정유라씨가 왜 그렇게 진술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아는대로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에 걸쳐 얘기했고, 5회 신문조서 작성 때는 영상녹화까지 했다"면서 "이제와서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변호인들이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서 '배신'이니 '살모사'니 그런 극단적인 표현을 한 것인가?= 그런 셈이다. 검찰에서는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때 변호인들이 배석했고 이재용 피고인의 증언 준비를 위해 삼성측에 신문조서를 제공했는데 법정 증언 이후에 그런 표현을 한 것이다.
결국 정유라의 증언이 어머니 최순실씨나 삼성 측에 불리한 내용이다보니 증인출석을 막으려고 했고, 그래서 출석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정유라씨가 출석해 증언하니까 당황했던 게 아닌가 그렇게 보인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변호인은) 그런 말 밖에 할 수가 없을 것"이라면서 "정유라 변호인은 결국은 엄마 최순실의 변호인이고, 엄마 변호인은 결국 삼성 변호인이다.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뭐라고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 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변호인이나 최순실씨가 뭐라고 했나?= 정유라 씨의 변호인인 오태희 변호사가 "정 씨의 살모사와 같은 행동은 (특검에 협조한 최 씨의 조카) 장시호보다 더하다"고 말했고 최순실 씨는 "내 말을 안 듣는다", "모녀 인연을 끊어버리겠다", "그러려면 국선 변호사를 쓰라"며 격노했다고 한다.
최순실 씨는 법정에서 "특검이 애(정유라)를 새벽 2시에 데리고 나가는 것은 정말 잘못입니다. 제가 잠을 잘 못 잤습니다. 12일 유라가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았는데 어떤 상의도 없었습니다. (특검이) 협박하고 압박해서 (딸이) 두 살짜리 아들을 두고 나간 겁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검 관계자는 "(변호인들의 회유니 압박이니 하는 주장에 대해)법적 대응도 검토했지만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이어서 참고있다"고 말했다.
▶ 그렇더라도 '살모사'라는 표현은 지나친 것 아닌가?=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변호사 윤리를 어긴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특검 관계자는 "(살모사라는 표현의)구체적인 피해자는 정유라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문제가 된다고 본다"면서 "그건 엄청나게 심한 얘기로, 법조인으로서는 상상을 할 수없는 말"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원로 변호사는 "변호인이 의뢰인에게 그런 표현을 하는 건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고, 한 중견 변호사도 "변호인으로서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언론인터뷰에서 "'변호사로서는 써서는 안 되는 표현'이거나 '적절치 못한 표현'이었다"고 밝혔다.
구속 기간이 만료돼 석방된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정유라와 장시호 왜 딸들은 반란을 일으켰을까?= 첫 번째는 이종사촌간인 장시호 씨와 정유라 씨가 비슷한 스타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유라는 한마디로 22살의 장시호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말을 할 때 앞뒤를 재거나 없는 얘기를 지어내는 스타일이 아니고 직설적으로 말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자유분방하고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는 스타일들이라는 것이다. 특검이나 검찰에서 뭘 물어보면 말을 꾸미거나 그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한다는 얘기다. 물론 그 말들이 100% 사실대로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특검의 한 관계자는 "고영태나 노승일씨의 진술을 보면 정유라는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정유라의 변호인인 오태희 변호사도 "정유라의 특징은 남의 말을 잘 안듣는다. 남의 말도 안듣고 변호사의 말도 안 듣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살겠다'는 태도라는 분석이다.
특검과 검찰에서 장시호 씨와 정유라 씨를 조사해본 관계자들의 분석인데 최순실 씨와는 전혀 다르다고 한다.
검찰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유라와 장시호의 스타일은 결은 다르지만 둘의 공통점은 '딸들의 반란'인데 우리는 엄마(이모)의 길은 안가겠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의 한 핵심관계자도 "우리는 할아버지나 어머니처럼 박 씨 집안에 매일 이유가 없다는 태도로 보였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장시호나 정유라는 천재끼가 있다는 것이다.
천재냐 여부를 학교 성적이 좋은 걸로 따진다면 아니겠지만 장시호나 정유라 씨를 조사해본 특검이나 검찰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가 똑똑하고 천재적이라는 것이다.
장시호 씨와 정유라 씨를 조사한 검찰의 핵심관계자는 "장시호도 머리가 굉장히 비상하고 그랬지만 정유라가 쓴 편지나 이런걸 보면 변호사보다 낫다. 글을 잘 쓴다"면서 "세상이치에 대해서도 22살이라고 보기 어렵다. 천재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들의 행동을 쉽게 뭐라고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