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 출석을 앞둔 최순실씨가 같은 재판에 먼저 나와 증언한 딸 정유라씨의 답변을 꼼꼼히 검토하면서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22일 "이 부회장의 재판을 심리하는 재판부로부터 정씨의 증언 녹취록을 송부받아 구치소 접견 때 최씨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최씨는 주말 내내 딸의 증언을 꼼꼼히 살피며 증인 신문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삼성 뇌물 사건과 관련해 일절 증언을 거부하거나 미뤄왔지만, 딸이 쏟아낸 불리한 증언들을 수습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증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지난 12일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엄마가 삼성 말을 '네 것처럼 타라'고 했다", "(말 세탁을) 삼성 고위 관계자들과 엄마가 미리 논의했다고 들었다"는 등 최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정씨는 또 최씨로부터 "삼성이 너만 지원해준다고 소문이 나면 시끄러워지니까 '살시도'(경주마)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증언했다.
이 증언은 삼성의 단독 지원을 받지 않았다는 그동안의 최씨 주장과 배치된다. 최씨는 삼성에 정씨의 승마훈련 지원을 요구한 적이 없고, 스포츠 영재를 지원하는 사업의 일환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해왔다. 정씨 증언은 이 부회장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당시 정씨는 변호인에게도 알리지 않고 당일 새벽 2시께 거처인 미승빌딩을 빠져나와 특검 수사관과 만나 특검 측 관계자들과 함께 있다가 이날 10시 증언에 '깜짝 출석'했다.
이 과정을 놓고 변호인 측은 검찰 수사를 받는 정씨의 궁박한 처지를 활용해 특검이 '보쌈 증언'을 했다고 반발하면서 회유·협박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정씨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며 회유는 없었다고 반론을 폈다.
최씨는 증언대에 나와 자신이 삼성 지원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고 정씨의 승마훈련 지원 역시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은 삼성이 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을 지원한 결과일 뿐이라며 정씨 증언을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씨는 정씨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거나 잘못 아는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진술했다고 주장할 전망이다.
이 변호사는 "정씨가 최씨에게 들었다면서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정씨가 모르는 내용을 아는 체했고, 최씨가 자기 입으로 아는 내용을 모두 이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최씨가 딸의 증언에 화를 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재판을 엄마와 딸의 싸움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