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집을 방문해 김군자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거주하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가 23일 오전 나눔의 집에서 노환으로 89세의 생을 마감했다. 올 해 들어 피해 할머니들이 세 분째 돌아가시면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37명으로 줄었다.
나눔의 집과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10대에 부모를 여의고 친척 집에서 생활하다가 17살의 나이로 중국 지린성 훈춘 위안소로 강제동원됐다.
3년 간의 위안부 생활 동안 김 할머니는 몇 번이나 탈출을 시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 때마다 심한 구타를 당해 왼쪽 고막이 터져 평생 왼쪽 귀가 들리지 않았다. 수 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전쟁 뒤 1945년 강원도 철원으로 귀환하는 과정에서 김 할머니는, 두만강을 함께 건너던 친구가 떠내려가 목숨을 잃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고향에 돌아와 위안소로 끌려가기 전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와 생활했지만 그는 곧 세상을 떠났다.
이후 홀로 지내던 김 할머니는 1998년부터 나눔의 집에서 생활했으며 일본 정부에 공식 사과와 정당한 배상을 요구해왔다.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배상금 등은 아름다운 재단에 1억원, 나눔의 집에 1천만원, 한 천주교 단체에 1억 5천만원 등을 기부했다.
빈소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차병원 지하 1층 특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25일이며 장지는 나눔의 집 추모공원이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올 들어 피해할머님이 벌써 세 번째로 돌아가신 것이어서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회복을 위해 기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께서 노후를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실 수 있도록 생활안정 지원에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