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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내린 폭우로, 노부부만 사는 반지하 주택에서 거동이 불편한 90대 치매 할아버지가 차오르는 물을 피하지 못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23일 인천소방본부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4분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거동이 불편한 A(95)씨의 부인 B(84)씨는 방 안으로 빗물이 차오르자 2층 집주인에게 119 신고를 요청하러 다급하게 올라갔다.
집주인이 B씨와 함께 반지하로 내려갔을 때는 이미 방안에는 빗물이 1m 높이로 가득 차 있었다.
집주인은 A씨를 가까스로 자신의 집으로 모셔다 놓았고,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다.
가까운 곳에 살던 아들은 급히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버지는 깨어나지 못했다.
경찰은 “평소 치매를 앓아 거동이 불편했던 A씨가 아내 B씨와 함께 집 안에 있다가, 갑자기 물이 불어나자 아내가 윗집에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하러 간 사이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반 지하에서는 이들 부부만 살고 있었고,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고 ‘차상위 계층 가구’로 선정돼 힘겨운 삶을 지탱해 왔다.
차상위 계층 가구는 기초생활수급자와는 달리 생계비 지원을 받지 못 한다.
관할 동주민센터에 따르면, 이들은 부양의무자인 아들들의 소득수준이 일정 수준을 넘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받는 돈은 기초연금 약 33만원, 시각장애가 있는 할머니가 받는 ‘차상위 장애수당’ 4만원 등 월 40만원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15년 이후에는 푸드뱅크를 통해 쌀 등 음식물을 지원받아왔으며, 한 달 전부터는 인천시 연계 결연 후원금 월 3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들 부부를 딱하게 여긴 동주민센터에서는 한 달쯤 전에는 이들을 ‘사례관리대상자’로 선정해, 수시로 방문하면서 필요한 것을 지원을 해오고 있다.
열흘 전부터는 도움을 마다하는 할머니를 설득해 ‘요양보호사’의 도움도 제공해 왔다.
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사례관리대상자로 선정된 할머니가 집의 상태가 안 좋다며 ‘집수리’를 신청해 놓았다"며 안타까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