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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가 바라본 국정농단 사태와 대선 첫 투표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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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가 바라본 국정농단 사태와 대선 첫 투표 소감

    [노컷 인터뷰] '군주' 세자 이선 역 배우 유승호 ①

    지난 13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군주'에서 세자 이선 역을 맡은 배우 유승호 (사진=산 엔터테인먼트 제공)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MBC 수목드라마 '군주' 종영 기념으로 배우 유승호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유승호는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세자 이선 역을 맡았다. 궐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에 맞서고, 백성의 민심을 헤아리면서, 연인 한가은(김소현 분)과 사랑도 나눠야 했던 복잡다단한 캐릭터였다.

    어제(18일) 인터뷰용 사진을 찍어 어제가 가장 예뻤고 오늘은 '비비'(BB크림)도 안 바르고 나왔다는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유승호는 TV에서 보던 것 그대로였다. 당장 온에어된 방송에 나가도 될 정도로.

    "화장하는 걸 안 좋아해서…"라며 겸연쩍어했던 것도 잠시, 유승호는 다섯 명의 기자들이 쏟아내는 질문에 차근차근 답하기 시작했다. 한 마디 한 마디 가볍게 뱉어내는 것이 없었다. 곤란한 질문은 영리하게 피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연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베테랑다웠다.

    다음은 일문일답.

    ▶ 드라마 어렵지 않았나.

    어려웠다. (웃음) 어렵고 힘들고. 근데 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내용 보면 이야기가 좀 복잡하잖아요.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제가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를 제가 죽게 했(다는 누명을 썼)고, 하지만 진실을 말하지 못했고. 제 아버지가 편수회(* 극중에서 조선 팔도의 물을 사유해 강력한 부와 권력을 얻은 조직)라는 곳의 꼭두각시가 되어서 이런 세상을 만들게 했고 나를 가짜 이선(김명수 분)과 바꿔치기했고… 이런 큰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서 촬영하는 데 조금 힘들기는 했다.

    ▶ 어느 부분이 제일 힘들었나.

    감정이 격해지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오해와 진실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저랑 화군(윤소희 분)과의 감정도 있었고 가은이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이선이는 사랑하는 여인(가은) 때문에 흑화하고. 모든 인물이 다 각자의 감정선이 있고 사연이 있어서 매번 다 힘들었다.

    ▶ 극중 가은과의 멜로 부분이 적어서 아쉽다는 반응이 있었다.

    아쉽다면 아쉬울 수도 있다. 많은 분들이 저와 소현이가 나온다고 하니 멜로가 있겠구나 기대해주셨던 것 같은데, 저희는 애초에 멜로가 주인 드라마는 아니었다. 드라마 제목도 '군주'였고, (세자가) 진짜 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멜로 부분이 약한 건 사실이다. 풀어야 될 이야기들이 많은데 거기서 멜로만 할 수는 없었다.

    ▶ 김소현 씨와는 드라마 '보고싶다'(2013) 이후 오랜만에 재회했다. 둘 다 아역배우 출신이라서 서로 공감하는 게 더 많았을 것 같다.

    (소현이와 만났을 때는) 같이 학교 다니다 몇십 년 지나서 어쩌다 갑자기 만났을 때의 반가움 같은 걸 느꼈다. 그 친구와 직접적으로 작품한 건 아니었지만(* '보고싶다'에서 김소현은 아역을 맡아 유승호의 상대역으로 나오진 않았다) 아역 시절을 겪었다는 것 자체로 뭔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었다. 너무 반갑고, 알 것 같고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다. 굉장히 좋았다.

    제가 제작발표회 때 '누나 같다'고 말실수를 했는데 제 파트너가 항상 연상의 누나들이었다. 그분들이랑 촬영할 때에는 제가 경험이 부족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 (소현이는 저보다) 6살이 어리니까 이제 제가 오빠로서 이끌어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너무 잘하더라. 제가 지금까지 만난 파트너들처럼. 그래서 누나 같다는 얘기를 했다. 소현이하고는 촬영을 아주 잘 끝냈다.

    ▶ 멜로 연기할 때 리드한 부분이 있나.

    저는 소현이한테 '너 편한대로 해'라고 했다. 멜로적인 부분은 경험이 없다 보니까 어색하고 서툴렀던 게 사실이다. '나도 솔직히 모르겠어. 우리 편한대로 하자. 나는 하고 싶은대로 할게. (우리 연기가 아니다 싶으면) 감독님께서 (뭔가를) 요구하시겠지' 라고 했다. 재밌게 하려고 했고 서로 챙겨주려 했다.

    배우 유승호 (사진=산 엔터테인먼트 제공)

     

    ▶ 키스씬 촬영 때 에피소드는 없나.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웃음) 사실 감독님의 디렉팅이 컸고 그외에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대로 했다. 키스씬이라기보다는 뽀뽀, 입맞춤이었다. 서로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화긴하게 된 상황이어서 예쁘게 찍어보자는 생각이었다.

    ▶ 아까 경험이 없어서 멜로 연기가 힘들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사귄 상대가 전혀 없었던 건가.

    여자친구는 있었다. 그냥 몇 번. 자세한 건 저 혼자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겠다. (웃음) 그리고 연애 경험과 (연기는) 별개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격한 감정을 다루는 씬을 연기하면 저도 가슴이 아프고 그만큼을 느끼는데, (멜로씬은) 덜 느끼다 보니까 많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이번에 두 사람의 로맨스 부분이 비중이 적어, 다른 작품에서 두 사람이 재회하길 바란다는 반응도 많았다.

    저는 좋다. (극중에서) 가은이 아버지가 저 때문에 죽게 됐는데 그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는 가은이를 사랑한다. 소현이한테도 얘기했다. '이런 사랑을 이야기하기엔 우리가 너무 어린 것 같지 않니?'라고. (웃음) 손을 잡고 싶어도 아버지 때문에 손도 못 잡고, 이런 것들이 너무 어려웠다. 드라마가 굉장히 어두운 편이었고, 팬들도 멜로 라인을 굉장히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예쁘게 찍자는 마음은 있었다. 다음 번에는 현대극에서 가벼운 사랑으로 만나자고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 드라마 촬영 일정이 길어져 7월 1일까지 촬영을 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는지.

    그냥 버틸 수는 있었다. 매번 촬영을 나갈 때마다 쉬운 촬영은 없었다. 액션이 있거나 감정씬이거나, 정말 많은 인물이 나와서 오래 걸린다거나. 회차도, 하루 촬영 분량도 굉장히 많았다. 그래도 일단 끝났으니까 괜찮다. (웃음) (기자 : 링거를 맞거나 하진 않았나) 제가 바늘을 무서워해가지고 링거는 못 맞았다. 그냥, 기본적으로 힘이 세진 못해도 버티는 건 잘하는 편이다.

    ▶ 액션하다가 다친 적도 있다고 들었다.

    와, 진짜. 제가 너무 억울해가지고. 너무 다쳐가지고 제가. 소현이하고 말에서도 같이 떨어져 오른쪽 다리가 깔렸다. 또, 액션할 때 플라스틱 재질의 가검(가짜 검)을 쓰는데 계속 쓰다 보면 (검이) 찢어져 남자배우들과 스턴트맨들 손이 찢어지곤 했다. 돌멩이 떨어뜨려서 등에 아직도 상처가 많이 남아있다. 아무튼 이거 하면서 진짜 많이 다쳤다. 저는 이걸 (얘기해서) 꼭 기사로 써야겠다. (웃음) 너무 많이 다쳤다. 꿰맨 건 아니지만 등이 아예 쓸려서 흉이 많이 남았다. 다친 게 드라마 중반이었다. 원래 4월 말에 끝날 예정이었는데 찍을 게 너무 많이 남아있어서 '조금 쉬었다 하겠다'고 차마 이야기를 못하겠더라. 액션도 위험한 씬들도 너무 많았지만 이번 작품하면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액션씬은) 웬만하면 제가 하려고 노력했다. 스턴트 형이 대신 해 주면 얼굴이 안 보이게 찍어야 하니까. (기자 : 그럼 몇 번이나 다쳤던 건가) 세 보진 않았는데 엄청나게 다쳤다고 해 주세요. (웃음)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니다. 소현이도 저도. 말이 주저앉아서 다리가 깔렸지만 말 엉덩이여서 괜찮았다. 걔(말) 엉덩이가 되게 몽실몽실해가지고. (웃음) 현장에서 계속 괜찮다고 했다. 아프다고 찡찡거릴걸 그랬나 보다. 차마 말을 못하겠더라.

    드라마 '군주'에서도 유승호의 이름이 가장 먼저 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MBC 제공)

     

    ▶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 게 이번 현장이 처음이었나.

    매번 그러기는 했다. 하지만 진짜 괜찮으니까 그랬던 거다. 정말 어디가 부러졌거나 제대로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다쳤다면 당연히 못한다고 했을 것이다. 이런 건 참을 수 있었고, 촬영 끝난 다음에 치료받아도 되는 거니까.

    ▶ 촬영장에서 아프다고 말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시점이 언제부터일까.

    언젠가 제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너 때문에 100명이 기다리고 있어." 현장에 늦었던 날이었던 것 같다. 단지 한 명 때문에 이 사람들이 기다리는 게 너무 싫었다. 아픈 것도 마찬가지인 게, 죽을 만큼 아프면 사정을 얘기하고 못한다고 하겠지만 제 선에서 참을 수 있는 건 그렇게 못 하겠더라. 배우들도 수염 붙이고 가발 쓰고 스태프들도 다 힘든데 제일 어린 놈이 힘들다고 안 하는 게 좀 아닌 것 같아서. (기자 : 그런 말을 들었던 때가 언제였나) 초등학교 아니면 중학교 때였을 거다. 그 얘기를 듣고 되게 많이 울었다. 너무 속상해서.

    ▶ 주연배우로서 책임감을 자각하게 된 시점이 언제였나.

    포스터에 제 이름이 첫 번째로 들어갔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첫 번째가 되더라. 그렇게 된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겠지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다. 흉내내기 식으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이 드라마의 전체를 보면서 제 캐릭터에 좀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 '군주'는 20부작으로 비교적 긴 호흡의 사극이었고 촬영기간도 길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새롭게 배우거나 느낀 점도 있을 것 같은데.

    늘 느끼는 것이긴 하지만 극중에서 제 행동 하나에 따라 이 드라마가 180도 바뀔 수 있구나 깨달았다. 제가 나오지 않고 다른 인물들이 연기하는 씬에서도, (이전의) 제 행동 때문에 (해석이) 많이 달라질 수 있고 드라마 방향 자체도 바뀔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행동 하나를 할 때에도 고민했다.

    ▶ 드라마에서 '군주' 역을 맡았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군주 상이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 이번에 처음 투표한 걸로 아는데 소감이 어땠나.

    누나랑 같이 갔는데 누나는 손에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래서 '누나, 나는 (투표장에서) 안 찍어줬어'라고 했는데, 자기가 찍는 거라고 하더라. (웃음) '군주'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게 '백성을 위한다'는 것이었다. 궐 안에 있어서 모르고 있던 백성들의 고통을 직접 듣고 나서야 알게 되지 않나. '군주' 하기 전에는 정권이 바뀌기 전이었다. 많은 연예인들과 국민들이 의사표현을 했다. 물론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저도 제가 잘할 수 있는 걸로, 이런 드라마를 통해서 저의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브이 포 펜데타'란 영화가 있지 않나. 거기서 그래요. 나라가 이렇게 된 데에는 국민들의 잘못도 있다. (이렇게 될 때까지) 신경도 안 쓰고 놀지만 않았냐는 거다. 저도 생각해 보게 됐다. '난 그럼 뭐했지?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까 부끄러워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제 직업을 통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가 지금 바라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길거리에 직접 나가진 못하더라도. 우리나라도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나. 저도 그런 걸 '군주'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

    (노컷 인터뷰 ② 유승호, 인터뷰 자제해 온 이유 "거짓말하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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