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치권의 '증세'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범(凡)보수 진영 내 온도차가 감지된다. 자유한국당이 감세론(論)에 가까운 반대를 고수한 반면, 바른정당은 조건부 '증세 논의 참여'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24일 '증세에 대한 추가 입장' 자료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재원의 10분의 1도 충족되지 않는 재원조달 구상에 대해 전면적인 세제 개편안(案)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며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세제 개편의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선 문 대통령에게 두 가지 사안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대선 기간 밝힌 공약 재원소요가 엉터리였다는 점 ▲최후수단이라고 했던 증세를 취임 직후 바로 꺼낸 점 등이다.
이 대표의 추가 입장은 두 사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과에 더해 제대로 된 국정과제 재정 추계를 밝히고, 이 공약 가계부를 놓고 증세 방식을 다시 논의하자는 제안이다. 증세를 해야 하는 이유와 방식에 이견이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운을 띄우고 문 대통령이 취지에 공감한 증세 방안은 근로소득세에 대한 최고세율 인상과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 등이다. 소득세의 경우 근로자를 과세 대상으로 삼는 것의 타당성 여부가, 법인세는 실효세율 인상 없이 명목세율부터 인상하는 방식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바른정당 입장에선 공무원 증원과 같은 공공부문 확대에 대한 반론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김세연 정책위의장의 경우 "세금 먹는 하마(공무원 증원) 말고, 따뜻한 대한민국 만들기(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를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증세 기조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어서 국회의 세법 개정안 처리 절차는 어쨌든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120석)과 바른정당(20석) 의석수 합산만으로 과반(150석)에는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나, 국민의당이 이념적으로 우파인 바른정당이 동참한 증세 논의를 끝까지 거부하긴 어렵다.
이 대표의 문제의식 중엔 4년 간 약 16조원을 더 걷는 현재 수준으로는 국정과제에 필요한 178조원의 10분의 1밖에 충족되지 못한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경우에 따라 보다 확대된 증세 방안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 셈이다.
증세에 대한 국회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경우 원천적인 반대 입장인 한국당의 고립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가공할 세금 폭탄 정책이 현재는 초(超)고소득자, 초대형 기업에 한정돼 있지만, 어디까지 연장될지 예언할 수 없다"며 증세를 '세금 폭탄'으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