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정부여당이 초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에 대해 속도전으로 강행할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여론작업을 통해 증세를 올해 안에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국민의당, 바른정당도 증세 논의에 참여한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차원에서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 "정권 초반에 증세 안하면 실기" 여권 속도전과 여론전으로 돌파
추미애 대표의 선공으로 시작된 증세 논의에 문재인 대통령도 힘을 실으면서 민주당은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번 증세가 서민이 아닌 초고소득자들과 일부 대기업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정당성 확보에 나섰다.
추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조세 정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이번 증세를 '명예 증세'로 정의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조세정상화' 차원에서의 증세 필요성을 설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특히 증세에 대해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해 속도감 있게 논의를 밀어붙일 계획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24일 발표한 조사에서 따르면 대기업과 초고소득자를 상대로 한 증세 방안에 응답자의 85.6%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힘이 있는 정권 초반에 증세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민주당 전략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때 '국정비전 2030'의 내용이 좋았지만 1100조원의 재원에 대한 현실성이 담보되지 못하면서 유명무실화됐었다"며 "증세는 지금 때를 놓치면 영영 못하게 된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서 연말에는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은 명예과세, 존경과세, 사랑과세 등의 이름을 붙여가며 여론전에 집중해 추진 동력을 만들고 있다. 또한 27일로 예정된 당정 협의에서 법인세 소득세 개편 뿐 아니라 주식 양도소득 등 20여개 항목의 과세 제도를 폭넓게 재정비할 계획이다.
이날 국회를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세 추진 방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는 "당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경제정책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보조를 맞췄다.
◇ 한국당 빼고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판 커지면 증세 논의 뛰어들 듯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와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은 감세를 주장하며 증세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논의에 참여할 뜻을 내비쳐 국회 차원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예상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대선 정국에서 '중부담, 중복지'를 위한 증세의 필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국민의당은 자체 법인세 인상안을 지난해 연말에 국회에 제출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법인세 인상을 주장했다.
따라서 두 당은 국회에서 증세 논의가 시작되면 자당 의견을 적극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증세는 반드시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100대 국정과제 추진의 세부 재정계획을 소상히 밝히고, 증세 대상과 범위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야당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도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재원의 10분의 1도 충족되지 않는 재원조달 구상에 대해 전면적인 세제 개편안(案)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며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세제 개편의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재정 추계를 밝히고, 증세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역제안이다.
이미 정의당은 정부여당의 증세가 "규모가 적고 세목과 대상자도 극히 일부로 제한돼 있다"며 부실증세 가능성을 우려하며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지난 추가경정예산안과 마찬가지로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이 증세 논의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회에서 증세의 폭과 깊이를 둘러싼 힘겨루기도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