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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것은 文 대통령 의지 뿐"…모호해지는 검경수사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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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을 것은 文 대통령 의지 뿐"…모호해지는 검경수사권 조정

    힘 실리는 검찰 "수사권 조정 반대" 의견 공공연

    (사진=자료사진)

     

    경찰의 한 고위 간부는 최근 흘러가는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에 대해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24일 국회 청문회에서 "경찰 수사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면서, 경찰 내부의 우려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검경수사권 조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2017년까지 경찰권 분산 및 인권친화적 경찰 확립 실행 방안 등과 연계해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해 2018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경찰 수사와 검찰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대선 공약보다 그 내용이 모호해진 것이다.

    또 다른 경찰 고위 간부는 "당초 공약에서는 '분리'라는 명확한 표현이 있었는데, 그 것이 이번 국정과제 발표에서는 그냥 '조정'에 그쳤다"면서 "문무일 후보자가 이런 분위기를 보고 청문회에서 수사권을 경찰에 넘길 수 없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개년 계획의 해당 문구에 대해 "마침내 (검경이) 합의 문구를 만들어 냈다"고 적은 것에 대해서도 경찰 내부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핵심이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것인 만큼, 검찰은 '합의'에 대한 의사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빼앗길 일'만 있는데 합의를 하겠냐는 것이다. 한 일선 경찰관은 "안하겠다는 검찰을 청와대와 여론이 억지로 끌고 가야 하는 것이 검경수사권 조정이기 때문에, '합의'라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검찰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추락했던 평판을 회복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단 지난 정권의 방산비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사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앞서는 또 윤석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임명 등을 통해 여론의 지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정권에도 '잘 드는 칼'이 배치된 상태다.

    수사권 조정을 실제 도출해낼 국회엔 검찰 출신이 압도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 개혁의 정당성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지만, 그 것이 '검찰-기소, 경찰-수사'라는 방식을 통해야만 가능하다는 인식은 공감대를 가지지 못했다"라며 "경찰권도 견제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당장 국회는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청문회 당일 곧바로 채택했다. 문 후보자가 검찰 개혁에 원론적인 입장에 머무르는 등 대선 공약과 배치되는 의견을 취했음에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20년 넘게 수사구조 개편 문제를 놓고 검찰과 대립해오면서 늘 수세였던 경찰은, 간신히 잡은 수사권 독립의 기회가 날아가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달라진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경찰 비판에 앞장 섰던 시민단체 인사를 경찰개혁위원회에 영입하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은 물론 용산 참사 등 경찰력 남용 사례에 대한 진상조사도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상태임에도 말이다.

    한 고위 경찰 간부는 "내부적으로 말들이 많다"면서도 "조정 시한이 정해져 있고 문 대통령의 자서전이나 주위에 한 발언 등을 보면,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가 상당한 것 같으니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경찰은 나름의 개혁에 집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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