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MLS)가 10년간 40억 달러(약 4조4천600억원) 규모의 중계권 구매 제안을 거절했다. 승강제를 도입하라는 조건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 경제매체 스포츠 비즈니스 저널은 25일(한국시간) "국제스포츠에이전시 엠피 앤드 실바(MP&Silva)가 현재 중계권 가격의 4배가량을 지불하겠다고 밝혔지만, MLS 총재 돈 가버가 현재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MLS는 현재 중계권료로 연간 약 9천만 달러(약 1천4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ESPN과 폭스사로부터 영미권 중계권료로 연간 7천500만 달러를 받고 있고, 미국 내 스페인어 방송사인 유니비전에게 스페인어 방송 중계권을 연간 1천500만 달러에 팔았다.
MP&Silva사는 이 금액의 4배 이상을 베팅했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주 리카르도 실바는 지난달 27일 MLS 총재 돈 가버를 만나 총 40억 달러 규모의 중계권 구매를 제의했다.
실바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MLS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권리와 중계권 재판매 권리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매 시즌 MLS의 2~3개 팀을 북미사커리그(NASL·2부리그 격)로 떨어뜨리고, NASL의 2~3개 팀을 승격하는 '승강제 도입'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실바는 "MLS가 좀 더 경쟁적인 시스템을 갖는다면 팬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 수 있을 것"이라며 "분명히 광고 수입은 폭발할 것이며, 이는 MLS뿐만 아니라 하부리그 전체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돈 가버 총재의 대답은 '노(NO)'였다.
스포츠 비즈니스 저널은 "MLS는 그동안 승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무수한 주장에도 리그 창단 때부터 이어온 독특한 철학을 버리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1993년 12월에 태동한 MLS는 출범 후 승강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미국 프로축구는 MLS가 1부 리그 격이고 그 아래 5부 리그까지 열리고 있는데, 각 리그가 모두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리그 합류, 퇴출 여부는 MLS 사무국이 구단의 재정 상태와 관중 수 등을 검토해 결정한다.
대신 MLS에는 미국 프로스포츠 특유의 문화가 녹아있다. 마치 NBA(미국 프로농구)처럼 선수단 연봉의 상한선을 정한 '샐러리캡'을 운영하고 있으며,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처럼 리그를 나눠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돈 가버 총재는 1999년 MLS의 수장을 맡았는데, 18년 동안 이러한 MLS의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