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박태환(왼쪽)과 쑨양(중국)
6년 만에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박태환(28·인천시청)이 '또 하나의 기적' 만들기에 도전한다.
박태환은 26일 오전(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릴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 출전한다.
도핑 징계, 리우 올림픽 전 종목 예선 탈락 등 숱한 고난을 딛고 다시 한 번 세계 정상 무대를 노크하는 박태환의 이번 대회 목표는 색깔과 관계없이 '메달' 획득이다.
자신의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는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24일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박태환은 3분44초38을 기록, 4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이번 시즌 최고 기록을 세웠을 만큼 박태환은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금메달은 쑨양(중국·3분41초38)에게 돌아갔고, 동메달인 가브리엘 데티(이탈리아·3분43초93)와도 0.45초나 차이났다.
자유형 200m 결승 역시 메달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태환은 예선에서 1분47초11로 16명 중 14위로 통과했고, 준결승은 1분46초28로 8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8위로 따냈다. 올해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우고도 간신히 결승에 진출했다.
게다가 박태환은 8번 레인에서 결승 경기를 치러야 한다. 최외곽인 1번, 8번 레인은 선수들이 꺼리는 곳이다. 경쟁자를 견제하기 쉽지 않아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어렵고, 물살이 강해 경기력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딸 때 기록한 자신의 최고 기록 1분44초85에 근접할 수 있다면 시상대에 서기에 충분하다.
올해 자유형 200m 랭킹 1위는 쑨양(1분44초91)이며 2위는 타운리 하스(미국·1분45초03), 3위는 제임스 가이(영국·1분45초55)다. 모두 박태환의 베스트 기록에는 미치지 못한다.
2011년 중국 상하이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일궈낸 '1번 레인의 기적'도 박태환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만한 기억이다.
당시 박태환은 예선 1위에게 돌아가는 4번 레인을 피하려고 페이스를 조절해가며 예선을 치렀지만, 7위로 통과하는 바람에 1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1번 레인에서 물살을 가르게 된 박태환은 상대를 견제할 방법이 없어 자신의 수영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박태환은 3분42초04로 경쟁자를 넉넉하게 따돌리며 세계선수권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라이벌 쑨양, 세계기록 보유자 파울 비더만(독일)과 모두 1초 이상 차이가 벌려질 정도로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2011년 '1번 레인의 기적' 당시 박태환은 최고조에 달한 운동 능력을 앞세워 거침없이 상대를 제쳤다.
이제는 박태환도 베테랑이 됐다. 결승에 진출한 8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80년대생'으로 최고령이다.
6년 동안 박태환은 수없는 좌절을 맛봤다. 신체적 능력은 과거보다 떨어져도, 대신 어떤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얻었다.
박태환의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 메달은 2007년 호주 멜버른 대회 동메달이 유일하다. 10년 만의 메달에 도전하는 박태환은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꾸며 출발대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