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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검사' 임수빈 "검찰이여, 칼잡이가 되지 말라"



정치 일반

    'PD수첩 검사' 임수빈 "검찰이여, 칼잡이가 되지 말라"

    - 'PD수첩 제작진' 기소 거부 후 사표
    - 검사는 '문관', 인권, 정의 수호자
    - 문 검찰총장, 내부 개혁 이끌 것
    - 검찰 개혁, 선택 아니라 필수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임수빈(전 서울지검 형사2부장)

     

    지난 19일 열린 방송통신위원장의 인사청문회. 2008년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이게 타당했느냐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상당히 민감한 질문이죠. 하지만 이효성 후보자는 망설임 없이 그 보도는 정당했다고 생각한다 답을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 장면 보면서 아마 많은 분들이 이분을 떠올리셨을 거예요. 바로 광우병 보도 제작진에 대한 기소를 거부하면서 결국은 사표를 쓴 검사. 일명 ‘PD수첩 검사’로 알려진 임수빈 전 검사입니다. 검찰권 남용에 반대하면서 사표 냈고요. 최근에는 책을 한 권 펴냈는데 제목이 ‘검사는 문관이다’. 이런 책을 냈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보이죠. 만나보겠습니다. 임수빈 전 서울지검 검사 연결을 해 보죠. 임수빈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임수빈> 네, 안녕하세요. 임수빈입니다.

    ◇ 김현정> 어떻게 지내시나 했더니 책을 내셨어요. 제목이 '검사는 문관이다'? 어떤 내용인지 굉장히 궁금해지는데. 이 이야기하기 전에, 최근에 다시 회자가 되고 있는 PD수첩 얘기부터 해 볼게요. 2008년 그 PD수첩 그 민감한 수사가 임 검사님한테 배당됐을 때 그때는 기분이 어떠셨어요?

    ◆ 임수빈> 제가 과학자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광우병에 대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실체를 파악해서 국민들한테 알려드려야 되겠다 하는 생각 갖고 처음에 일을 시작을 했습니다.

    ◇ 김현정> 실체가 어떻던가요?

    ◆ 임수빈> 미국에서 광우병이 있는 건 맞고요.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어디까지 PD수첩이 보도한 내용 중에 어느 부분은 타당하고 또 어느 부분은 문제가 있는지를 저희가 하나하나 다 말씀을 드렸죠.

    ◇ 김현정> 그런데 위에서는 '아, 그 PD들 이 정도면 기소를 해야 된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임수빈 검사는 '나는 이건 기소할 수 없는 거라고 본다' 라면서 끝까지 버티다 결국 사표를 내셨단 말입니다. 사실 상명하복 조직이기 때문에 하라면 해야 되는 게 검찰이라는 조직인데 끝까지 소신을 지켜야겠다고 생각을 하신 거예요?

    ◆ 임수빈> 상명하복 뭐 이런 등등은 다 법률에 규정이 돼 있고요. 검사로서 해야 되는 본분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고 생각을 해요. 헌법이 법률보다 상위 법규이고 검사는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열심히 수행해야 되는 겁니다.

    ◇ 김현정> 내가 볼 때는 언론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 이 정도 수준을 기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내가 판단내렸는데 상명하복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소할 수는 없다고 판단을 내리신 거군요?

    ◆ 임수빈> (웃음) 뭐 어떤 상황에 이르게 되면 검사로서의 제 관운이 다 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고요. 그랬을 때 우리 애들한테 떳떳하고 당당한 아빠로 남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러면 조용히 사표를 쓰고 마는 거죠.

    ◇ 김현정>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사표를 내셨어요. 그러고는 법학전문대학원에 가서 법을 더 공부하셨네요. 왜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법을? 검사, 부장검사까지 지내신 분이 법에 대한 어떤 갈증 같은 게 있으셨어요, 현장에서 느끼다 보니까?

    임수빈 전 서울지검 형사2부장.

     

    ◆ 임수빈> 그냥 공부하고 싶다는. 젊은 사람들하고 같이 공부를 하고 싶고 학문에 대해서 토론을 하고 싶고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실력은 없지만 나도 한번 써볼까 해서 지금 운 좋게 학위까지 받게 됐습니다.

    ◇ 김현정> 공부에 대한 갈증, 법에 대한 갈증, 학문에 대한 갈증으로 다시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셨는데 제목이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검사는 문관이다.' 그런데 검찰 하면 검사 하면 다들 '칼잡이'라고 하잖아요. 앉아서 연구하고 글 쓰는 사람 아니니까 사실 '무관' 쪽 아닙니까?

    ◆ 임수빈>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게 지금 다들 저희가 착각에 빠져 있는 거고요. 검사를 칼잡이로 보거나 또는 검사님들 스스로 '나는 칼잡이야'라고 생각하는 데에서부터 검찰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검사는 문관으로서 인권이 보장되고 적법절차가 준수되는 것을 항상 눈을 부릅뜨고 감시를 해야 되는 사람이에요.

    ◇ 김현정> 감시자가 자신이 주체가 돼버리니까 스스로를 감시 못한다?

    ◆ 임수빈> 칼잡이가 돼버리면 그걸 볼 겨를도 없고요. 볼 생각도 없어지죠. 자기 본분이 무언지를 다시 한 번 생각을 하자는 겁니다. 이제는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요새 제일 많이 나오는 얘기가 개혁 필요하다,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개혁은 더 이상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검찰 개혁. 그 대안으로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두 가지가 나옵니다. 우선 공수처 설치. 그러니까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따로 두자. 따로 둬서 검사들을, 검찰을 감시 감독하도록 하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임수빈> 저는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지금 검사님들이 검찰권 남용을 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는 검찰을 건드릴 기관이 없다라고 하는 일종의 자만심일지 몰라요.

    ◇ 김현정> 누가 우리를 건드려? 누가 우리를 수사하냐, 누가 우리를 감시하냐?

    ◆ 임수빈> 그런데 공수처 같은 게 생겨서 '검찰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하는 인식이 바뀌게 되면 검사님들이 스스로 조심할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항상 공수처 얘기 나올 때마다 옥상옥이 아니냐는 지적이 반론으로 나오거든요.

    ◆ 임수빈> 옥상옥 부분은 저는 이런 예를 드리고 싶어요. 헌법재판소와 법원 조직, 헌법재판소도 옥상옥이냐. 그건 아니거든요. 지금 공수처도 검찰을 옥상옥이라고 할 게 아니라 또 검찰과 공수처 사이에 건강한 긴장 관계가 형성된다면 또 비리가 줄어들게 될 거고 공직자들이 더 좋아지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검경 수사권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검찰이 지금 수사권, 기소권 다 독점하고 있는 것 이걸 좀 경찰한테 나눠주자는 건데.

    ◆ 임수빈> 우리 앵커님 더 잘 알고 있지만 검찰 하면 특수부도 있고 형사부도 있잖아요. 특수부 쪽이 너무 비대해졌어요. 따라서 특수부를 좀 축소시킬 필요가 있고요. 또 경찰의 수사권은 좀 더 많은 부분에 있어서 독자성을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고 봐요. 다만 이게 검찰 수사권을 아예 폐지를 할 것이냐? 이건 좀 다른 차원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수사권을 갖고 있던 걸 갑자기 폐지시킨다는 거는 또 다른 부작용이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직접 수사 기능은 좀 더 줄이고 경찰의 수사권은 좀 더 독자성을 좀 더 넓게 보장해 주는 그런 방향으로 점차적으로 나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김현정>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문무일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 신임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 신설 문제 또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모두 다 유보적인 입장을 냈어요. 더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찬성이라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문 총장의 개혁 의지가 좀 약한 거 아니냐, 이런 우려들도 나옵니다. 어떻게 보셨어요?

    ◆ 임수빈> 개혁이라고 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거든요. 특히 검찰에 있어서는 그렇습니다. 그분이 그걸 모르실 리도 없고요. 다만 검찰 개혁도 검찰 조직이 스스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게 더 좋겠죠. 그러니까 신임 검찰총장께서는 그런 걸 다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발언하신 게 아닌가 이렇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내부로부터의 동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신중하게 발언한 거지 아마 속으로는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라는 말씀.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클까요, 공수처 신설이라든지 수사권 조정이라든지.

    ◆ 임수빈> 그 부분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지금 몇 년간 형사, 사법기관에 대해서 여론조사를 해 보면요. 검찰이 계속해서 꼴찌입니다. 이게 뭐냐, 주권은 국민한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잖아요.

    ◇ 김현정> 물론이죠.

    ◆ 임수빈> 검찰권도 역시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인데 이렇게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건 검찰의 존재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만약에 국민들이 검찰 너희 필요 없어 하게 되면 검찰이 폐지가 될 겁니다. 그렇게 될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우리 검사님들도 다 그걸 이해하실 거라는 생각을 하고요. 그 꼴찌가 됐던 조직을 저는 1등은 아니더라도 2, 3등까지는 올라가자는 거예요.

    ◇ 김현정> 신뢰성 꼴등은 너무하지 않느냐? 이 지경까지 왔으면 이제는 뭐 공수처 신설이든 검경 수사권 조정이든 해 볼 때가 됐다는 말씀. 그나저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새로 로펌 꾸렸다는 건 제가 알고 있었는데 거기 합류하셨어요. 왜 거길 선택하셨습니까? 오라는 곳 많았을 텐데.

    ◆ 임수빈> (웃음) 사실 채동욱 총장하고는 굉장히 가깝게 지냈어요. 사석에서는 뭐 호형호제하고. '좀 와서 도와줘' 그렇게 얘기를 하시길래 그냥 두말없이 알겠습니다 하고 이렇게 됐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보면 검찰로부터 정말 소신을 지키다가 버림받았던 두 분이 만나셨네요.

    ◆ 임수빈> (웃음) 열심히 살자 얘기합니다.

    ◇ 김현정> (웃음) 열심히 살자.

    ◆ 임수빈> 그런데 다만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요. 그렇게 해석은 안 하시면 좋겠고요. 그냥 검사 때부터 친했던 사람들이라서 일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 김현정> 좋은 법조인들의 표본이 돼주셨으면 좋겠고요. 후배들에게 끝으로 검찰에 몸담고 있는 후배들한테 한 말씀. 비슷한 맥락의 말씀이 되실 수 있겠습니다마는.

    ◆ 임수빈> 제가 사표를 썼던 것도 검찰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충언을 하는 겁니다. 우리 후배님들 검찰 개혁에 대해서 무조건 거부하려고 하지 마시고 오히려 올바른 개혁 방안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 주셔야 됩니다.

    ◇ 김현정> 나서는 것이 오히려 이기는 것이다, 그 말씀이세요.

    ◆ 임수빈> 네. 지금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되니까요.

    ◇ 김현정> 참 그 말씀이 울림이 있네요.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되니까요.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검찰에서도 그 부분을 반드시 기억하고 검찰 개혁에 앞장서기를, 스스로 나서주기를 다시 한 번 저도 당부하면서 임수빈 변호사님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 임수빈> 감사합니다.

    ◇ 김현정> PD수첩의 검사로 잘 알려진 분이죠. 이제는 변호사가 됐습니다. 임수빈 전 서울지검 검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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